‘클로로퀸’ 치료 효과 두고…美 감염병 권위자-백악관 국장 ‘설전’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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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감염병 분야 최고 권위자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로클로로퀸을 두고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과 설전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가 백악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태스크포스(TF)에서 파우치 소장과 나바로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이 맞붙었다고 관계자 4명을 인용해 5일 보도했다. 이들의 갈등은 ‘백악관이 얼마나 강하게 말라리아 치료제로 코로나19 치료가 가능하다는 것을 강조해야하는가’를 둘러싼 논의에서 불거졌다. 관계자들은 “지금껏 TF 회의에서 가장 강한 대립이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날(4일) 백악관 상황실에서 벌어진 이 설전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주재한 코로나19 TF 회의 도중 나왔다. 회의 테이블에에는 파우치 소장을 포함해 데버라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TF 조정관, 제라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 채드 울프 국토안보부 장관 대행, 스테픈 한 식품의약국(FDA) 국장 등이 배석했다. 이들 뒤에는 나바로 국장을 포함한 백악관 참모들이 앉았다. 나바로 국장은 국방물자생산법(DPA)에 따른 민간기업의 필요물자 제작을 촉진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회의 막바지 한 국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정례 브리핑에서 코로나19의 ‘게임 체인저’라고 언급했던 말라리아치료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 그는 해당 약품에 대한 최신정보와 함께 실제상황 속 결과와 실험 결과의 차이점에 대해 설명했다.

그러자 나바로 국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서류파일 한 무더기를 회의 테이블에 올려놨다. 당시 상황에 대해 한 관계자는 “(나바로 국장) 입에서 나온 첫 마디는 자신이 연구를 살펴보니 대부분이 명백한 치료효과가 있다고 보여준다는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파우치 소장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코로나19 치료효과가 아직 일회적 수준에 그쳐 입증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보건 전문가들 역시 프랑스나 중국의 연구는 대조군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불충분하다고 덧붙이며 효과 입증을 위해서는 더 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악시오스에 따르면 한 관계자는 “일회성에 그치는 증거라는 말에 피터 (국장)가 폭발했다”며 파우치 소장에게 자신이 가져온 파일을 가리키며 “저건 과학이지 일회성 자료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이후 나바로 국장은 목소리를 더 높여 파우치 소장에게 “당신은 중국 여행자 입국금지가 효과가 없다고 반대했던 사람이다”라고 말했다고 해당 관계자는 덧붙였다.

상황실에 있던 관계자에 따르면 파우치 소장은 나바로 소장의 비판에 당황한 듯 보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여행제한 조치 이후 파우치 소장은 공개적으로 대통령의 제한 조치에 대해 공개석상에서 칭찬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후 펜스 부통령이 “모두들 피터가 자리에 앉아 그만 언성을 높였으면 하는 것 같다”며 중재에 나섰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이 2900만 투약분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비축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치료제 사용은) “환자들과 의사의 선택에 달렸다. 나는 의사가 아니다”라면서도 “원한다면 시도하라”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사용을 권장해 아직 그 효과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 보건 전문가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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