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열제 20알 먹은 유학생, 의심증상 숨기고 韓美공항 검역 통과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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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도 발열 등 코로나 증세 10대… 입국때 문진표에 체크도 안해
부산 자택 도착 뒤 검사받고 확진… 정부 “아주 잘못된 행동 일벌백계”

미국 유학생이 해열제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 증상을 숨긴 뒤 공항 검역을 통과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는 해당 행위에 대해 검역법에 따라 일벌백계하겠다고 경고했다.

5일 부산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미국 유학생 A 씨(18)는 입국 전 며칠에 걸쳐 해열제 약 20알을 복용하고 공항 검역을 통과했다. 캔자스주에서 유학 중인 A 씨는 대학 기숙사에 머물던 지난달 23일(현지 시간)부터 발열, 근육통 등의 증상을 보였다. 그는 다음 날 오전 캔자스 위치토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시카고공항을 경유해 25일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A 씨는 항공기 탑승 전 해열제를 복용해 미국 현지 공항의 발열검사에 이어 인천공항 검역대를 모두 통과했다. A 씨는 공항 검역당국에 제출한 건강상태질문서에 ‘발열 및 호흡기 증상 등이 없다’고 표시했다. 증상이 없는 것처럼 속인 것이다. 증상이 있는 입국자는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증상이 없다고 하면 발열 감지기 체크와 체온 측정만 거쳐 곧장 귀가할 수 있다. 부산시는 “A 씨가 인천공항에 입국할 때 검역소에서 작성한 건강상태질문지에 특별한 체크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버지 차량으로 인천공항에서 부산 동래구 자택으로 이동한 A 씨는 지난달 26일 오전 지역 보건소에서 진단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A 씨는 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체를 채취할 때에야 해열제 복용 사실을 뒤늦게 털어놓았다. 귀국 이후 부모 이외의 다른 접촉자는 없었다. A 씨 부모는 진단검사 결과 음성이 나왔다. 보건당국은 A 씨가 탑승한 비행기에서 접촉한 것으로 추정되는 20여 명을 조사하고 있다.

보건당국은 A 씨처럼 코로나19 의심 증상을 숨기려고 해열제를 복용한 뒤 관련 사실을 숨긴 입국자들을 강력 처벌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전파의 연결고리 파악을 어렵게 해 병원이나 사회복지시설 내 고위험군에까지 피해를 줄 수 있어서다. 공항 검역조사 과정에서 거짓 정보를 제출할 경우 검역법 위반으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5일 브리핑에서 “해열제를 복용하고 검역을 통과하는 행위는 건강상의 막대한 피해를 일으키는 위법하고도 아주 잘못된 행동”이라며 “관련법에 따라 해당 사례를 일벌백계해 재발을 막고 귀국하는 모든 분들도 경각심을 갖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다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 의약품을 복용한 뒤 이를 공항 검역과정에서 솔직히 밝히면 처벌받지 않는다. 이와 관련해 제주도에 따르면 영국 유학생 B 씨가 2일 인천공항 검역과정에서 종합감기약 복용 사실을 밝힌 뒤 당일 제주공항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총괄방역반장은 “건강상태질문서에 솔직하게 답변하면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그래야 본인에게도 부담이 없고 검역 당국도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은지 wizi@donga.com / 부산=조용휘 기자
#코로나19#미국 유학생#해열제#검역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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