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함장 SOS 편지 끔찍” 승조원들 “오 마이 캡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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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하선요청 편지 썼다 경질… 美항모 함장 배웅 영상 인터넷 달궈
‘경질 철회’ 청원 6만여명 서명… 루스벨트 증손자도 “그는 영웅”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3일 승조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괌에 입항한 루스벨트함에서 하선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루스벨트함의 브렛 크로지어 함장이 3일 승조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괌에 입항한 루스벨트함에서 하선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 감염을 우려해 승조원들의 하선을 요청했던 미국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의 함장이 전격 경질되면서 이 조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4일 브렛 크로지어 함장(사진)이 “끔찍한 행동을 했다”고 비판한 반면 시어도어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증손자는 그를 ‘영웅’으로 칭했다.

미 해군은 2일 크로지어 함장을 전격 경질했다. 20통이 넘는 서한을 상부에 돌리는 방식으로 윗선을 압박하고 승조원들의 공포를 자극했다는 것이 해군의 설명이다. 토머스 모들리 미 해군장관 대행은 국방부 브리핑에서 자신이 크로지어 함장의 경질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크로지어 함장은 승조원 4800여 명을 태운 루스벨트함에서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되자 지난달 30일 상부에 “지금은 전시(wartime)가 아니다. 승조원들이 배 안에서 이렇게 죽어갈 이유는 없다”는 내용의 5쪽짜리 서한을 보내 하선을 요청했다. 이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여론의 관심이 고조되자 결국 하선 명령이 떨어졌다. 루스벨트함은 괌에 정박해 하선 작업에 들어갔다.

3일 묵묵히 짐을 챙겨 떠나는 그의 뒷모습을 향해 하선을 준비하던 승조원 수백 명은 “캡틴 크로지어”를 연호하며 배웅했다. 승조원들의 생명을 구하고 경질된 함장이 이들의 감사 인사를 받으며 떠나는 장면을 담은 동영상은 순식간에 인터넷을 달궜다.

그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한 청원 사이트에는 몇 시간 만에 6만7000명이 그의 복귀 청원에 서명했다.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이번 인사 조치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고 나섰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증손자이자 롱아일랜드대 시어도어 루스벨트 연구소장인 트위드 루스벨트도 그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4일 뉴욕타임스의 ‘크로지어 함장은 영웅’이라는 기고문에서 “증조할아버지도 크로지어 함장의 판단을 지지했을 것”이라며 “많은 이들이 자신의 목숨을 걸고 큰 용기를 보여주는 것은 희망적”이라고 썼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인사 조치를 번복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을 받고 “핵 동력으로 움직이는 거대 항공모함의 수장이 편지를 통해 그런 식으로 이야기를 해서는 안 된다. 그가 편지를 쓴 것은 끔찍한 일이었다”고 밝혔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코로나19#미국 항공모함#캡틴 크로지어#경질 철회 청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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