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마스크 2장씩’ 아베 발언에 日 발칵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4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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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1장으로 겹쳐 쓴 가족’ 등 패러디물 만들어 총리 꼬집어
아베 “이런 경험이 인생 큰 재산”… 신입사원 격려 영상 트윗도 구설
“국난은 코로나 아닌 아베” 댓글도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일본 총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가구 당 면마스크 2장을 배포하겠다”고 밝혀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방역마스크도 아닌 면마스크를 고작 가구당 2장씩 주는 것은 미흡하다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다.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1일 코로나19 대책회의에서 “2주 후부터 감염자가 많은 광역지방자치단체부터 면마스크를 우편으로 배포하겠다. 가구원 수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2장을 지급한다”고 밝혔다. 그는 면마스크를 여러 번 쓸 수 있다며 “급증하는 수요 대응을 위해 유효한 방식”이라고 주장했다.

3월 기준 일본의 마스크 생산량은 월 6억 장이다. 하지만 주문량이 1주일에 6억 장에 달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 이 때문에 매일 아침 대형 약국 앞에서 긴 줄을 서는 시민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누리꾼들은 아베 총리 얼굴에 면마스크 2장을 합성한 사진, 4인 가족이 마스크 한 장을 겹쳐 쓴 패러디물 등을 만들어 비판하고 있다. 2일 트위터에서는 ‘아베노마스크(아베의 마스크)’란 해시태그가 트렌드 랭킹 1위에 올랐다.

아베 총리는 1일 트위터 동영상으로도 구설에 올랐다. 그는 신입생,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격려 메시지에서 “감염증으로 불안을 느끼겠지만 이런 경험이 인생에 큰 재산이 될 것”이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산은 정부의 무능 때문’ ‘국난(國難)은 코로나19가 아니라 아베’란 비판적 댓글이 달렸다. 또 최근 집권 자민당은 경제 대책으로 고기나 생선을 살 수 있는 소위 ‘고기권’, ‘생선권’을 발행하자는 안을 내놨다가 비판에 직면했다.

NHK에 따르면 2일 도쿄의 감염자는 전일 대비 97명 증가한 684명, 일본 전체 환자는 3425명이다. 하지만 도쿄도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보유한 병상은 약 700개에 불과하다. 도쿄도는 병상 4000개를 확보하려 하지만 병원들이 잇달아 거부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1일 정부 산하 회의에서 의료 전문가들은 환자 수가 급증하고 있는 도쿄, 오사카, 가나가와, 아이치, 효고 등 5개 지자체에 의료 붕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도쿄=박형준 lovesong@donga.com·김범석 특파원
#코로나19#일본 정부#아베 신조#면마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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