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방’ 닉네임 1만5000개 확보… 강제수사 가속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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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작년 9월 이후 이용자 조사… 美서 관련자 SNS계정 정보도 받아
조주빈 숨겨뒀던 휴대전화 압수, 이스라엘 장비로 아이폰 해제 나서
조씨 “손석희 CCTV 영상 조작했다”

경찰이 아동 성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25)이 운영한 ‘박사방’ 이용자들의 ‘닉네임’ 1만5000여 개를 확보했다. 유료회원 수십 명의 구체적 신상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미국 국토안보수사국(HSI)에 이용자들의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를 요청해 자료를 넘겨받기도 했다.

○ 미 수사국 협조 통해 이용자 정보 확보


서울지방경찰청은 “미 HSI를 통해 계정 정보를 협조받은 상태다”라고 30일 밝혔다. 경찰은 협조받은 ‘박사방’ 회원들의 소셜미디어 계정 정보에서 유의미한 단서를 확보하는 등 회원 수십 명의 신원을 특정한 상태다. 경찰이 확보한 계정 정보는 텔레그램이 아닌 다른 소셜미디어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사방’ 회원들은 텔레그램뿐만 아니라 다수의 소셜미디어를 통해서도 범죄 행위를 벌여왔다. 지난해에도 경찰은 HSI 등과 공조해 ‘다크웹(인터넷 암시장)’에서 아동 음란물을 유통한 한국인 이용자 223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와 함께 조 씨가 운영한 ‘박사방’ 이용자들의 ‘닉네임’ 1만5000여 개를 확보했다. 한 번이라도 박사방을 들락거렸던 회원들이 텔레그램에서 쓴 별명이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조주빈이 운영한 유료 및 무료 대화방에 들어간 적이 있는 모든 이용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 이용자가 여러 닉네임을 바꿔가며 사용했을 수 있어, 실제로는 그 수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범죄 사실을 특정한 뒤에 입건해 강제수사 진행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경찰은 조주빈에게서 압수한 디지털 물품 20여 점 가운데 휴대전화 2대를 집중 분석하고 있다. ‘아이폰’ 기종은 체포 직전까지 조주빈이 쓰던 것이고, ‘갤럭시S9’은 집 소파 옆에 숨겨뒀다 발견됐다. 조주빈은 숫자와 기호를 조합해 최대 10자리 이상의 비밀번호를 설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조주빈이 범행 일체를 인정하면서도 암호는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올해 초 도입한 이스라엘 정보보안업체 ‘셀레브라이트’의 포렌식 장비를 이용해 휴대전화의 잠금 해제를 시도하고 있다.

○ 손석희 사장 등 피해자 진술 일정도 조율


조주빈은 경찰 조사에서 “손석희 JTBC 사장과 관련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조작해 협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이 2017년 4월 경기 과천시에 있는 한 교회 옆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냈을 당시 주변 CCTV에 손 사장의 차가 분명하게 찍힌 것처럼 영상을 조작했다는 취지다. 이를 빌미로 손 사장에게서 돈을 뜯어냈다고 한다. 경찰은 “조주빈이 (손 사장 등과 관련해) 진술한 부분은, 한쪽의 일방적 진술이라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구체화하긴 어렵다”고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은 조주빈에게 금품 등의 사기 피해를 당한 손 사장, 윤장현 전 광주시장(71) 등과 피해자 진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져볼 계획이다. 관련 혐의가 나오면 추가로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다만 윤 전 시장의 경우엔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입건할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청와대 실장을 사칭한 조주빈에게 돈을 건네며 “한 공공기관에 자리를 원한다”고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윤 전 시장은 연락이 닿지 않아 접촉조차 없었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 죄가 성립하는지 필요한 수사사항이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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