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토막 난 아시아나… 현대산업개발, 인수 부담 커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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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해외 기업결합심사 지연… 내달 7일 유상증자 연기 가능성
아시아나 시총 7378억으로 뚝… 인수자금 2조5000억의 3분의1 안돼
현대산업개발 “정상 인수” 불구, 시장선 “인수조건 변경 불가피”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사 주가가 하락하고 회사채 시장마저 경색되면서 시장에선 인수 조건 변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 등은 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인 지원을 요청한다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다음 달 7일로 예정된 아시아나항공의 1조4000억 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는 연기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해 투입 자금 중 1조1800억 원을 산은과 수출입은행의 차입금을 상환하는 데 쓰기로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중국 일본 등 해외에서의 기업결합심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일정에 차질이 발생했다. 게다가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어 자금 확보도 어려운 상황이다. 시장에선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 날짜가 연기될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실제로 인수계약상 ‘유상증자 날짜는 기업결합심사 통과 여부에 따라 더 늦춰질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이 달린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결합심사가 더 늦어지면 유상증자 날짜 및 채권은행 차입금 상환 날짜도 미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첫 단추부터 삐걱대면서 시장에선 인수 자체가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30일 종가 기준 주당 3305원으로 현대산업개발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지난해 11월 12일 6580원의 절반 수준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시가총액(7378억 원)은 현대산업개발이 인수자금으로 밝힌 2조5000억 원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기업을 인수하고 오히려 자금난에 시달리는 ‘승자의 저주’가 발생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여파로 완전히 다른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를 정상적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아시아나항공을 지금 상태로 인수하면 애초 예상보다 더 많은 정상화 자금을 투입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시장에선 현대산업개발이 조만간 산은 등에 인수자금 지원, 차입금 상환 유예 등 인수계약 조건 변경을 요청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산은과 수은도 현대산업개발이 구체적으로 요청해 오면 최대한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방침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이 다음 달 중 인수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요청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 우리도 이 부분에 대해 여러 계획을 짜놓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산은과 수은은 이달 초 이스타항공을 인수한 제주항공에 인수자금 20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현대산업개발의 인수 포기를 예상하고 있지 않다”며 “항공업 특성상 지금 시기를 잘 이겨내면 빠르게 정상화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인수#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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