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박사방’ 이용자 닉네임 1만5000여개 확보…“강제 수사할 방침”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3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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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아동 성착취 동영상 등을 제작해 텔레그램에 유포한 혐의로 구속된 조주빈(25)이 운영한 ‘박사방’ 이용자들의 ‘닉네임’ 1만5000여 개를 확보했다. 조주빈의 스마트폰과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의 분석을 조만간 마무리한 뒤, 손석희 JTBC 사장(64) 등 피해자들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박사방 이용자들의 구체적 신상 파악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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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경찰청이 확보한 ‘박사방’ 회원의 닉네임은 1만5000여 개. 한번이라도 박사방을 들락거렸던 회원들이 텔레그램에서 쓴 별명이다. 중복해서 들어온 닉네임은 걸렀는데도 상당히 많다.

경찰은 “지난해 9월부터 최근까지 조주빈이 운영한 유료 및 무료 대화방에서 들어간 적이 있는 모든 이용자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한 이용자가 여러 닉네임을 바꿔가며 사용했을 수 있어, 실제로는 더 숫자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사방 유료 회원 등 추가 범죄 가담자에 대한 수사가 일부 진전되기도 했다”며 “범죄 사실을 특정한 뒤에 입건해 강제수사 진행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주빈이 지니고 있던 디지털 물품들도 들여다보고 있다. 현재 경찰이 확보한 건 조주빈의 휴대전화와 휴대용저장장치(USB메모리) 등 20여 점이다. 압수한 휴대전화는 모두 9대인데, 지금까지 7대의 분석을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분석이 끝난 7대는 이미 초기화됐거나 범행 이전에 사용했던 것이라 범죄와 관련해 특별한 내용은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

경찰은 현재 분석에 들어간 휴대전화 2대는 상당한 단서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이폰’ 기종은 체포 직전까지 조주빈이 쓰고 있던 것이고, ‘갤럭시’는 집 소파 옆에 숨겨뒀던 걸 찾았다. 그만큼 최근까지 벌인 범죄와 관련한 내용이 그대로 담겨있을 가능성이 크다. 조주빈은 휴대전화 암호를 진술하지 않고 있어, 경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올해 초 도입한 이스라엘 정보보안업체 ‘셀레브라이트’의 포렌식 장비를 이용해 휴대전화의 잠금 해제를 시도하고 있다.

●손석희 사장, 윤장현 전 시장 등 피해자 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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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주빈은 경찰 조사에서 “손 사장과 관련된 폐쇄회로(CC)TV 영상을 조작해 협박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손 사장이 2017년 4월 경기 과천시에 있는 한 교회 옆 주차장에서 접촉사고를 냈을 당시 주변 CCTV에 손 사장의 차가 분명하게 찍힌 것처럼 영상을 조작했다는 취지다. 이를 빌미로 손 사장에게서 돈을 뜯어냈다고 한다. 경찰은 “조주빈이 (손 사장 등과 관련해) 진술한 부분은, 한쪽의 일방적 진술이라 피해 사실을 명확하게 구체화하긴 어렵다”고 했다.

때문에 경찰은 조주빈에게 금품 등의 사기 피해를 당한 손 사장과 윤장현 전 광주시장(71), 프리랜서기자 김웅 씨(49) 등과 피해자 진술 일정을 조율하고 있다. 피해자 진술을 확보해 정확한 사실관계를 따져볼 계획이다. 이에 따라 관련 혐의가 나오면 추가로 검찰에 넘길 방침이다.

다만 윤 전 시장의 경우엔 피해자가 아닌 피의자로 입건할지 법리를 검토하고 있다. 윤 전 시장은 청와대 실장을 사칭한 조주빈에게 돈을 건네며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 사장 자리를 원한다”고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 윤 전 시장은 연락이 닿지 않아 접촉조차 없었기 때문에 예단하기는 어렵다. 죄가 성립하는지 필요한 수사사상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구특교 기자 koot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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