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만리장성’에 中출장길 막힌 기업… “사업 올스톱 위기”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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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中, 외국인 입국금지 기습 조치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 때문에 28일부터 사실상 국경 봉쇄 조치를 발표하자 현지에서 생산 공장 및 판매 법인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잠깐 귀국했던 한국 교민 및 유학생들도 중국 입국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27일 중국 외교부와 국가이민관리국에 따르면 28일 0시를 기준으로 중국 체류 비자와 거류허가증을 가진 외국인들의 중국 입국이 금지된다. 29일부터는 해외 항공사는 일주일에 한차례, 1개 노선만 중국으로 운항할 수 있게 된다.

중국 정부는 “경제무역, 과학기술 활동 및 긴급한 인도주의 사유가 있으면 현지 중국대사관, 영사관에 예외적으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고 밝혔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비자를 신청할 수 있는 구제척인 범위 등에 대해 설명을 요구했지만 분명한 답이 없었다”고 했다.

경제계는 “사업이 모두 중단될 위기”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국에서 주요 생산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수시로 보수 및 기술 유지를 위해 엔지니어들의 출장이 이뤄져야 하지만 적기에 보내기 힘들어질 수 있다. 그동안 ‘중국 입국 후 자가 격리 14일’ 조치를 고려해 2주 전에 출장자를 보내 현지 활동을 준비하던 한국 기업들은 계획을 모두 수정하고 있다.


특히 중소·중견기업의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은 시일이 걸리더라도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특별 입국 허용을 얻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협상력이 떨어지는 중소기업들은 기회를 얻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상하이에서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 제조업체를 운영 중인 나모 씨(43)는 한숨부터 쉬었다. “다음 달 2일 부산의 바이어 기업을 찾아가 오랫동안 준비해온 프레젠테이션을 할 계획이었어요. 한국행을 강행하자니 중국으로 돌아올 길이 막혀 있고, 안 하자니 납품이 무산될 것 같고…. 눈앞이 깜깜합니다.” 이번에 납품이 이뤄질 경우 일어날 매출은 8억∼9억 원가량이다.

중국으로 반도체 소재 장비를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의 경우 30일 120억 원 규모의 장비 2대를 상하이에 보낼 계획이었으나 장비 설치 엔지니어를 보낼 수 없게 되면서 상황이 불투명해졌다. 이 회사 대표는 “엔지니어의 비자가 무효화돼 중국 측에서 계약을 미루거나 취소하자고 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상하이에서 화학필름 제조 기업을 운영하는 한 사업가는 일본 바이어와 함께 4월 초 중국 공장에 돌아가 제품 발주를 위한 검수를 진행하는 등 공장 운영을 재개하려 했지만 이번 조치로 길이 막혔다.

항공업계는 엎친 데 덮쳤다. 중국 정부가 노선 제한에 나서면서 승객도 정원의 75%만 태울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노선을 운영하는 곳은 대한항공(3개)과 아시아나항공(12개), 제주항공(1개)이다. 중국의 이번 조치로 대한항공은 인천∼선양 노선을, 제주항공은 인천∼웨이하이 노선을 주 1회만 띄우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상하이 노선만 주 1회 띄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항공사들은 입국 중단으로 인한 노선 취소에 대해서는 모두 환불 조치하기로 했다.

한국 정부는 이날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를 청사로 초치해 항의했다. 김건 차관보는 싱 대사를 만나 한중이 소통과 협력 기조를 이어왔는데, 사전 통보 없이 조치가 이뤄진 데 대해 유감의 뜻을 표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서동일 기자 dong@donga.com /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 유원모 기자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중국#외국인 입국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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