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 첫칸은 3번 ‘민생당’부터 시작…투표용지 길이 51.9㎝ 달해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7일 21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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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선거 및 투표참여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뉴스1 DB
정책선거 및 투표참여 홍보물이 설치되어 있다. 뉴스1 DB
4·15총선에서 유권자들이 투표소에 받아 볼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는 총선 역사상 가장 긴 51.9cm 길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된 결과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낸 데 따른 것이다. 정책은 물론 정체성도 제대로 파악할 수 없고 이름은 서로 엇비슷한 정당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유권자들이 어느 때보다 선택에 혼란을 겪을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27일 오후 8시 현재 21개 정당의 지역구 후보 1116명이 등록을 마쳤고, 38개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냈다. 21개 정당 소속 지역구 후보 934명이 등록한 20대 총선보다 후보자가 182명 많다. 선관위 관계자는 “각 정당이 제출한 비례대표 후보 명단을 두고 선거법에 따라 1번 후보가 여성인지, 기탁금을 제대로 냈는지 등을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1, 2개 정당은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역대 선거에선 2207명의 후보가 나왔던 2대 총선이, 1987년 민주화 이후엔 1386명 후보가 등록한 15대 총선에서 후보자가 가장 많았다.

총선에 나선 미래통합당이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고 더불어민주당이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면서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와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의 순서가 달라지는 촌극도 빚어졌다. 지역구 후보 투표용지에는 의석수가 많은 민주당과 통합당, 민생당 소속 후보가 각각 1~3번 기호를 받고 투표용지 상단에 위치하게 된다. 하지만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은 미래한국당과 더불어시민당은 투표용지에서 정당명이 빠진 채 6번 정의당이 민생당에 아래 네 번째 칸에 위치하게 된다.

반대로 비례대표 후보 투표용지에는 후보자를 내지 않는 민주당과 통합당 없이 기호 3번을 받은 민생당이 첫 번째 칸에 놓이게 됐다. 이어 △4번 미래한국당 △5번 더불어시민당 △6번 정의당 △7번 우리공화당 등 순으로 기호를 받게 된다.

정당의 기호는 공직선거법 150조에 따라 국회에서의 의석 수를 기준으로 부여되지만 같은 의석을 가진 정당이 둘 이상인 때에는 최근에 실시된 총선에서의 정당 득표수를 따진다. 이에 따라 의석 수가 1석으로 같지만 20대 총선에 참여했던 민중당이 8번을 받고 국민의당과 열린민주당, 친박신당 등은 추첨을 통해 나머지 순번이 정해질 예정이다. 원외정당은 가나다순으로 그 이후 기호를 받는다.

특히 비례대표 후보를 낸 정당이 24개를 넘어 투표지분류기를 사용할 수가 없게 되면서 2002년 지방선거에서 개표기가 등장한 이래 18년 만에 수개표 실시가 불가피해졌다. 개표 결과 발표도 일부 지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9, 20대 총선에서 개표에 걸린 시간은 각각 6시간 23분, 7시간 50분으로 총선 다음날 0시 23분과 오전 1시 50분경 개표 결과가 발표됐다. 이에 대해 선관위 관계자는 “각 시·도 선관위에서 이런 상황에 대비해 1, 2월 동안 수개표 모의 연습을 수차례 진행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계 정당사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기 어려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탓에 정당이 난립하게 됐다고 지적한다.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박원호 교수는 “1948년 초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48개 정당이 난립한 적이 있는데 70년 전으로 시계를 돌린 것 같다”며 “21대 국회에서 부작용을 막기 위한 선거법 개정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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