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홍보 제대로 안돼… 줄선 소상공인 10%만 신청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3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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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부 ‘1000만원 직접대출’ 첫날

발 디딜 틈 없는 소상공인진흥공단 센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대출 시행 첫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소상공인재기지원센터)에서는 대출 상담과 신청을 하려는 소상공인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발 디딜 틈 없는 소상공인진흥공단 센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에 대한 직접대출 시행 첫날인 25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서울중부센터(소상공인재기지원센터)에서는 대출 상담과 신청을 하려는 소상공인들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25일 서울 종로구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서울중부센터 앞은 오전 7시부터 줄이 생길 정도로 여전히 소상공인들이 몰렸다. 이날은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 시행 첫날이었다.

소상공인 긴급경영안정자금 직접대출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 소상공인에게 1000만 원(특별재난지역 1500만 원) 이하를 은행에 갈 필요 없이 소진공에서 5일 안에 직접대출해 주는 제도다. 일반 긴급경영안정자금은 7000만 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많게는 2개월이 소요된다. 한시가 급한 소상공인을 위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이날부터 전국 62개 센터에서 직접대출 시행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날 만난 소상공인들은 대부분 “직접대출 자체를 처음 들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중기부가 19일 직접대출 방안을 발표했지만 생업에 바쁜 소상공인들에게는 충분히 전달되지 않은 것이다.

직접대출을 받으면 더 많은 금액의 일반대출(최대 7000만 원)은 중복으로 받을 수 없는 점도 소상공인을 혼란스럽게 했다. 서울 은평구에서 옷가게를 운영하는 A 씨는 “건강보험료와 임차료도 못 내 당장 돈이 급해서 왔다. 그런데 1000만 원을 대출받으면 추가 대출을 못 받으니 뭘 받아야 할지 모르겠다”며 괴로워했다.

향후 사태가 걱정돼 고심 끝에 7000만 원 대출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었다. 개인택시 운전사 김성 씨(65)는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지 않냐”며 “한두 달 기다리더라도 대출을 최대한 많이 받아두는 게 좋을 것 같아 일반대출을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홍보와 안내 부족에 대한 불만도 터져 나왔다.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현덕주 씨(64)는 이날로 사흘 연속 센터를 방문했다. 23일 처음 중부센터를 찾았다. 정부가 19일 발표한 대로 연 1.5% 금리로 7000만 원을 대출받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신용등급이 좋은 편이어서 은행으로 가야 한다는 얘기만 들었다. 바로 은행을 방문했지만 자신이 원하던 낮은 금리의 대출은 받을 수 없었다. 현 씨는 “소진공 중부센터와 은행 어디서도 연계해서 체계적으로 설명해주지 않았다”면서 “다시 알아보려고 어제 중부센터에 왔다가 대기 인원이 많아 오늘 또 왔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급한 대로 1000만 원 대출에 성공해 안도하면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액세서리 무역업자 이모 씨(51)는 “5일 안에 대출이 된다고 하니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됐지만 앞으로를 생각하면 막막하기는 매한가지”라고 말했다.

센터에는 장사로 바빠서인지 자신의 신용등급은 물론이고 어떤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기본적인 상담을 받으려는 소상공인도 많았다.

중부센터는 이날도 상담 인원을 총 300명으로 제한했다. 상담 창구 10곳을 밤 11시까지 운영해도 밀려드는 소상공인들의 상담을 처리할 수 없어 생긴 제한이다. 이날도 오후에 온 소상공인들은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직접대출 신청은 300명 중 그나마 30명까지만 가능했다. 나머지 270명은 일반대출을 신청하거나 단순 상담을 위해 방문한 소상공인이었다.

중기부는 신용등급에 따라 대출 창구를 나누고, 대출 한도를 달리한 개선 방안이 시행되는 다음 달 1일까지 이런 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남은 예산은 1조9400억 원으로 모두 직접대출로 집행한다면 17만6000명에게 대출 가능한 액수다. 소진공 관계자는 “이달 말까지 접수된 신청 현황을 봐야 정확한 직접대출 수요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호경 기자 kimhk@donga.com
#소상공인 직접대출#1000만원 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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