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미루고 코로나19 환자 치료하던 20대 우한 의사 숨져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1일 15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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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베이성·산둥성·저장성 교도소에서 잇따라 집단 감염 비상
매일 100명 이상 사망하는데 환구시보 “한일, 후베이성 교훈 삼아 방역 강화하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지인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에서 결혼식을 미루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전념하던 20대 의사가 세상을 떠났다.

21일 중국 환추(環球)시보에 따르면 우한시 장샤(江夏)구 제1인민병원 호흡·중증의학과 의사 펑인화(彭銀華·29) 씨가 코로나19에 감염돼 20일 오후 진인탄(金銀潭)병원에서 사망했다. 이날 펑 씨를 포함해 115명이 사망하는 등 후베이성에서만 매일 100명 이상의 코로나19 환자가 숨지고 있다.

펑 씨는 2년 전 결혼한 아내와 1일에야 결혼식을 치를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사태가 끝날 때까지 결혼식을 연기하겠다”고 결심한 뒤 아내를 설득했다. 그의 병원 사무실 서랍 속에는 아직 보내지 못한 청접장들이 있었다. 격리병동에서 환자들을 치료해온 그는 춘제(春節·중국의 설) 당일 감염됐다. 전날인 24일 병원 동료들이 휴가를 내고 아내와 함께 시간을 보내라고 권했지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나는 젊으니 내가 버티고 있겠다”고 말한 뒤 아내와 잠깐 통화하고 격리 병동으로 향했다고 환추시보가 전했다. 펑 씨의 아내는 펑파이(澎湃)와 인터뷰에서 “뱃속에 6개월 된 아이가 있다. 남편은 영웅”이라며 눈물을 흘렸다.

의료진들이 잇따라 쓰러지는 상황에서도 후베이성 당국의 오락가락 환자 집계는 되풀이됐다. 후베이성 위생건강위원회(위건위)는 20일 하루 동안 확진 환자 411명이 증가했다고 21일 오전 발표했다. 하지만 이어진 중국 위건위의 발표에서 후베이서의 환자 증가 수는 631명이었다. 후베이성은 이날 오후 뒤늦게 “20일 밤 교도소에서 271명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이미 환자 집계에 포함된 51명을 제외하고 220명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한동안 수십 명대로 떨어졌던 후베이성 이외 지역 환자 증가 수는 산둥(山東)성과 저장(浙江)성 교도소에서 간수와 재소자를 포함해 각각 207명, 27명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258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교도소까지 방역 체계가 뚫리면서 연쇄 집단 감염 우려가 더욱 높아졌다. 교도소 집단 감염이 발생한 3개 성 교도소장 등 관련 책임자들이 경질된 것으로 알려졌다. 쓰촨(四川)성 청두(城都)에서는 완치 뒤 집으로 돌아가 격리 중이던 시민이 격리 10일째 되는 날 핵산 검사에서 양성 판정을 받은 사실이 21일 알려졌다. 중국 중앙 정부가 우한에 파견한 중앙 지도조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우한 방역 통제에 긍정적 변화가 있으나 상황은 여전히 매우 심각하다”고 밝혔다. 남팡(南方)주말은 후베이성에 파견된 전문가를 인용해 “경증 환자의 5분의 1(20%)가 중증 환자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인데도 환추시보는 “중국 정부는 철저한 방역 조치를 요구하고 있다”며 한국과 일본에 대해 “코로나19의 교활함을 저평가하지 말고, 경증·무증상 환자 방역의 위험과 어려움을 무시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후베이성을 교훈 삼아 방역 통제를 강화하라”고 훈수를 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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