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시장도 뉴트로? 디지털싱글 가고 정규앨범 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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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4집 예약판매량 400만장 돌파… 아이즈원 첫 정규앨범 차트 석권
그룹 위상과 가요계 안착의 상징… 팬들도 “왜 안 내느냐” 발매 독촉

방탄소년단과 아이즈원의 정규앨범 표지. 이달 정규 1집을 낸 그룹 ‘더보이즈’(왼쪽 사진부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오프더레코드·크래커엔터테인먼트 제공
방탄소년단과 아이즈원의 정규앨범 표지. 이달 정규 1집을 낸 그룹 ‘더보이즈’(왼쪽 사진부터). 빅히트엔터테인먼트·오프더레코드·크래커엔터테인먼트 제공
음악 시장의 디지털화 물결에 역행하듯 요즘 가요계에서 정규앨범이 잘 나가고 있다.

방탄소년단이 21일 내는 정규 4집 ‘MAP OF THE SOUL: 7’은 20일 현재 예약 판매량으로만 이미 400만 장을 넘겼다. 지난해 낸 미니앨범 ‘MAP OF THE SOUL: PERSONA’의 선주문량(268만 장) 기록을 추월했다. 엠넷 ‘프로듀스48’ 투표수 조작 논란 속에 컴백한 그룹 ‘아이즈원’은 17일 발매한 첫 정규앨범 ‘블룸아이즈’로 각종 차트를 휩쓸며 새 기록을 세웠다. 아이즈원은 트와이스가 보유한 걸그룹 앨범 초동 판매량(15만4000장) 기록을 발매 첫날 넘어서더니 20일 현재 판매량은 30만 장에 육박한다. 방탄소년단 4집에는 20곡, 아이즈원 1집에는 12곡이 담겼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싱글이나 미니앨범(EP)보다 정규앨범에 팬덤의 ‘화력’이 몰리는 경향이 심화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1집, 2집…’ 식으로 세는 정규앨범은 21세기 들어 디지털 싱글과 EP의 홍수에 치였다. 제작비가 덜 드는 싱글이나 EP를 디지털로 유통하는 것이 제작사로서도 유리했다. 10곡 가까이를 한번에 담은 정규앨범은 특히 아이돌계에서는 팬 서비스에 가까웠다. 그러나 근년에 분위기가 바뀌었다. 김윤하 대중음악평론가는 “많은 아이돌그룹이 경쟁하는 시장에서 데뷔한 지 3, 4년이 돼도 정규앨범을 못 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정규앨범 발매는 곧 한 그룹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방증이 돼 팬들도 감격하며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룹 ‘SF9’은 데뷔 4년 만인 지난달에야 첫 정규앨범을 냈다. 소속사 FNC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이만큼 활동했는데 왜 정규(앨범)를 안 내주느냐는 팬들의 요청이 빗발쳤다. 정규 1집은 소비자가격이 미니앨범보다 비쌌지만 전작의 두 배 가까운 판매량을 올렸다”고 했다. 팬들 사이에서는 “네가 응원하는 그룹은 정규 몇 장 냈느냐” “우리 그룹은 두 장 냈다” 등 정규앨범 발매 여부나 수를 그룹의 위상과 연결하려는 움직임도 눈에 띈다. 몇 년 전만 해도 최상위 그룹들에 CD 구매가 몰렸지만 근래는 중소 그룹들에까지 CD 시장 저변이 확대된 것도 한 배경이다.

제작 환경도 나아졌다. 최근 케이팝 위상이 높아지며 중소 기획사들도 국내외 작사·작곡가 네트워크 구축에 성공한 것. 여러 곡을 고른 질로 담아야 하는 정규앨범에 도전할 인프라를 구축한 셈이다. 한 중견 기획사 관계자는 “정규앨범은 특별 화보 같은 패키지에 더 신경을 써 ‘팬이라면 반드시 소장해야 하는 작품’이라는 느낌을 심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디음악계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다. 음원·음반 유통사 ‘미러볼뮤직’의 이창희 대표는 “종전에 소자본으로 유통하기 쉬워 선호했던 디지털 싱글이 범람하다 보니 최근에는 되레 팀의 콘셉트를 밀도 높게 담은 EP나 정규앨범을 제작해 이미지 제고를 노리는 밴드와 음악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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