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北 선원 강제 북송에 큰 좌절감, 지역구 출마 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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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2월 11일 1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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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지역구 후보로 도전
“제가 지역구 국회의원 당선되면 北주민들 희망 가질 것”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뉴스1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공사. 뉴스1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가 11일 “이번 총선에 비례대표가 아니라 자유한국당 지역구 후보로 도전한다”고 밝혔다.

태 전 공사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만약 제가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다면, 북한 내의 엘리트들과 세계 각국에서 근무하고 있는 저의 옛 동료들인 북한의 외교관들, 특히 자유를 갈망하고 있는 북한의 선량한 주민들 모두 희망을 넘어 확신을 가질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에는 제가 북한인권과 북핵문제의 증인 이었듯이 북한에는 자유민주주의와 대의민주주의의 증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태 전 공사는 “4년 전 2016년 여름, 아내와 두 아이들과 함께 목숨을 걸고 동포의 땅으로부터 대한민국으로 건너올 때 제가 꿈꾸던 것은 단지 자유뿐이었다”며 “대한민국 국민이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보니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철저하게 보장하는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너무나 고맙고 자랑스럽게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왜 북녘 땅의 우리 형제자매들은 이런 소중한 자유를 함께 누릴 수 없는가, 남과 북은 원래 하나인데 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야 하는가. 따뜻하게 나와 가족을 맞아준 대한민국 국민들과, 어려운 상황 속에서 하루하루 버텨내고 있는 북한 주민들을 위해 과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생각해봤다”고 했다.

태 전 공사는 “서울 생활을 시작하면서 각종 세미나와 언론 기고 등을 통해 북한 정권의 전략과 의도를 알리고, 이를 정부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해왔다”면서 “그러나 불행히도 현재의 대북정책과 통일 정책은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어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일문 일답에서 “가장 크게 좌절감을 느꼈던 건 북한에서 여기에 내려왔던 청년들이 범죄자냐 아니냐에 앞서 그들을 북한에 돌려보낸 사실을 보며 큰 좌절감을 느꼈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 의정활동을 해야겠다는 뜻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태 전 공사는 “내가 대한민국과 한민족공동체에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것은 북한체제와 정권에 대한 이해와 경험과 예측 능력”이라며 “통일 문제는 특정 정권이나 정파만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관찰한 것 중 가장 놀라웠던 사실은, 진보세력은 통일주도세력이고 보수세력은 반통일세력이라는 이분법적 관점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통일에 대한 엇갈린 관점과 서로에 대한 증오심으로 지금까지처럼 남남 갈등에 빠져 있으면 우리는 영원히 분단국가의 운명을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태 전 공사는 이번 총선 출마 이유에 대해 “이런 이분법적 사고 속에 서로 갈라져 끊임없이 갈등하는 한국 사회가 통일을 위해 한발짝 더 전진하는데 저의 미력한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유를 찾아 북에서 갓 넘어온 새내기 대한민국 국민도 헌법기관 국회의원으로서 당당히 그 일익을 담당할 수 있음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북한 외무성 부국장을 지낸 태 전 공사는 주영 북한 대사관에서 일하던 2016년 가족과 함께 망명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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