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대통령, 내전중 실종 2만여명 ‘사망’ 최초 시인

  • 뉴시스
  • 입력 2020년 1월 21일 11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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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범행위 조사할 특별재판소 설치 압력은 거부

고타바야 라자팍사 스리랑카 대통령이 2009년까지 26년 간 지속된 스리랑카 내전에서 실종된 2만명이 넘는 사람들이 사망했음을 처음으로 시인했다고 영국 BBC 방송이 20일 보도했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이날 수도 콜롬보에서 해나 싱어 유엔 스리랑카 코오디네이터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시인하고 실종자들에 대한 사망증명서 발급을 위한 절차를 시작할 것이라고 약속했다고 대통령실이 성명을 통해 밝혔다.

이날 콜롬보에서는 실종자 가족 수백명이 사랑하는 사람들이 어떻게 됐는지를 밝힐 것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그러나 실종자들이 여전히 살아 있어 군에 구금돼 있을 것이란 희망은 갖고 있지 않다.

스리랑카는 대다수인 싱할리족과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타밀족 간 인종 분쟁으로 26년 간 내전을 치렀다. 내전 중 약 10만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2만명 이상이 실종됐는데 실종자들은 대부분 타밀족들이다.

라자팍사 대통령은 스리랑카 내전이 종식될 당시 국방장관으로 타밀 반군 탄압에 주도적 역할을 했었다. 그는 싱할리족 사이에선 영웅으로 존경받았지만 타밀족들 사이에선 불신의 대상이다.

스리랑카 내전이 끝난 후 유엔은 정부군과 타밀 반군 모두 잔혹 행위를 저질렀다고 비난하고 특히 내전 말기 잔혹한 인권 유린이 심했다고 밝혔었다.

스리랑카 정부는 체포된 타밀 반군들이 살해되거나 고문받는 것을 보여주는 많은 동영상 증거들에도 불구하고 이런 사실들을 강력하게 부인해 왔다.

또 내전이 끝난 후에도 당시 라자팍사 국방장관과 대통령이던 동생 마힌다 라자팍사에게 반대하는 언론인이나 운동가들이 당국에 체포된 뒤 실종되는 일들이 잇따랐다.

이날 대통령실이 발표한 성명은 실종자들은 대부분 ‘타밀해방엘람호랑이’(LTTE) 대원들이었다고 밝혔다. 성명은 이어 실종자들은 사망했다며 대통령이 실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고 전했다.

스리랑카에서는 사망증명서를 발급받지 못하면 사망했더라도 은행계좌에 접근할 수 없고 상속도 불가능하다.

한편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은 스리랑카 내전 중 벌어진 인권 유린을 조사할 전쟁범죄 특별재판소 설치를 스리랑카 정부에 압박하고 있다. 그러나 스리랑카 정부는 이는 스리랑카 내정 문제라며 거부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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