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글e글]“조국 직위해제 반대” 서명운동…“니들이 뭔데?” 반발

  • 동아닷컴
  • 입력 2020년 1월 17일 15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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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 직위해제를 반대한다’는 서명운동이 시작 돼 논란이다.

교수 직위해제는 학생 수업권 보장을 위한 조치지만, 서명운동을 주도한 이들은 서울대 학생도 아닐 뿐더러 국외 거주자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17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조국 교수님에 대한 직위해제를 막아주세요’라는 제목으로 조 전 장관의 직위해제 반대 서명 링크가 확산됐다.

오는 19일까지 5만 명을 목표로 지난 13일 시작한 이 서명운동에서 주최 측은 “16일 까지 한국, 미국, 캐나다, 호주, 프랑스, 영국, 인도, 브라질 등 전세계에서 3만5000명 이상이 참여했다”며 서명을 모아 서울대에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서명운동에 동의하는 사람도 있지만 비난의 목소리도 높다. “서울대 학생도 아니고 국내 거주자도 아닌 사람들이 무슨 자격으로 서명운동이냐”는 비난이다.

서명운동의 주체는 미주 한인 주부들의 인터넷 커뮤니티인 ‘미씨유에스에이’(MissyUSA) 를 통해 온라인으로 구성된 ‘7명의 해외 교포들’이라고 그들이 밝혔다.

명칭은 ‘조국 교수 직위해제를 반대하는 재외교민들’이다. 이들은 앞서 ‘공수처 설치 촉구를 위한 전화 찬반 전수조사’도 했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명 촉구 글에서 “미국시간으로 가족과의 저녁을 마치고 잠자리에 들 무렵 우리는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을 접했다. 서울대가 조국 교수님에 대한 직위해제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이다”라며 “직위해제라니요”라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검찰개혁이라는 소명을 어깨에 짊어지고 나섰다는 이유 하나로 한 가정이 풍비박산 나고 인간으로는 감당조차 할 수 없는 수모와 고통을 겪고 있는데 마지막 남은 학교마저 직위해제라니요”라고 적었다.

“조 전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지었다”고도 했다. 그래서 해당 뉴스를 접하고 해외 교포들이 직위해제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 서명운동에는 이날까지 3만5000여 명이 동참했다. 그러나 서명운동 비난의 목소리 역시 높다. 이날 관련기사 댓글과 소셜미디어 등에는 “재외교민? ㅋ 진짜 웃기고들 있네”(ds19****) “재외교민이 무슨 자격으로 한국 일에 왈가왈부인가?”(euni****) “한국이 싫어서 외국 나가서 사는 인간들이 기가 막히는구나”(jin0****)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이날 “직위해제는 해임이나 파면이 아니다. 그저 어떤 사정이 있어 교수가 직무를 제대로 수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될 때 학생들이 수업 받을 권리를 위해 내리는 조치다”며 “학생들의 권리는 떳떳하지 못한 짓 하다가 기소 당한 교수의 사회적 체면 따위를 위해 희생시킬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대학이 어디 실패한 폴리페서의 노후나 보장해주는 복지기관이냐? 대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 교수들의 수업권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고형곤 부장검사)는 지난해 12월 31일 조 전 장관을 뇌물수수와 부정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위반, 사문서위조·증거은닉교사 등 11개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 서울대 측은 검찰로부터 관련 공문을 통보 받는데로 직위해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사립학교법에 따라 소속 교수가 형사사건으로 기소되면 직위해제가 가능하다. 이는 재판이 진행되면 수업을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없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서울대 관계자는 “(직위해제는) 교수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의미보다는 학생들의 수업권을 위한 절차”라고 설명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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