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손실우려 ‘라임 사태’… 금감원은 6개월 넘도록 뒷북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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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지는 금융당국 책임론
불완전판매 감시 사실상 손놓고 유동성 문제로 판단 부실한 대응
부서간 공동검사 강화 유명무실

“(라임 사태는) 단순한 유동성 문제일 뿐이다.”(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

“유동성 문제 아니다. 생각보다 부실이 심각하다.”(지난해 11월 금감원)

1조 원 이상의 손실이 우려되는 ‘라임 사태’가 단순한 펀드 운용의 실수가 아니라 금융사기로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의 책임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태가 처음 불거진 지 6개월이 넘어가고 있지만 문제를 수습하기는커녕 뒷북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15일 금감원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이 최근 신한은행과 경남은행에 3000억 원 규모의 인슈어런스무역펀드가 또 환매 중단될 수 있다는 공문을 보냈다. 이 펀드 만기는 올해 3월인데, 자산 유동화가 잘 안 되면 환매가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라임운용이 지금까지 환매 중단 혹은 중단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한 펀드 규모는 2조 원에 육박하게 됐다. 이 중 실제 손실이 확정된 규모가 1조 원이 넘을 것으로 시장에선 전망하고 있다.

시장에선 라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진 데에는 금감원의 안일한 대응이 한몫했다고 지적한다. 지난해 7월 라임운용의 수익률 조작 의혹이 나오자 금감원은 “향후 필요하면 검사에 나설 것”이라며 방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같은 해 10월 6200억 원 규모의 펀드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졌을 때까지도 금감원은 수익률 조작 등 라임운용의 위법행위 의혹 등을 감지하지 못하고 단순히 회사의 유동성 문제로 봤다. 윤석헌 금감원장은 같은 달 국정감사에서 “라임운용이 유동성 리스크 부분에서 실수했다고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 역시 “일단 기다려 보자”는 관망세가 우세했다. 하지만 11월 검찰 수사를 받던 라임운용 부사장이 잠적하고, 연말에는 라임운용이 투자한 미국 헤지펀드가 폰지 사기에 연루돼 자산이 동결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태가 일파만파로 커졌다.

당국의 초기 대응이 늦었을 뿐만 아니라 사태 해결 의지도 보이지 않았다. 라임 사태는 자본시장은 물론 펀드를 판매한 은행까지 결부돼 있다. 은행이 전체 라임 펀드 중 35%를 판매했다. 투자자들은 은행의 불완전판매를 지적하고 있지만 이를 검사해야 할 금감원은 손을 놓고 있다. 은행 검사부서 관계자는 “라임 펀드는 중위험 금융상품이어서 불완전판매를 입증하기 어렵다”며 “입증이 안 되고 검사만 나가면 또 화살이 해당 부서에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부처 간 협업과 공동검사를 강화하기 위해 2018년 1월 만든 ‘부원장 협의체’도 유명무실하다. 이 협의체는 은행과 증권 등 업권을 넘나드는 금융상품이 많아지면서 소비자 피해 문제 등을 각 부서 부원장이 협업해 해결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사태 해결은커녕 회의 내용조차 단순 정보공유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감독기구가 각 금융업권을 나눠 담당하면서 통합 모니터링에 구멍이 난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모펀드 규제는 완화하면서 운용사와 판매사에 대한 감독을 소홀히 한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안 교수는 “규제 완화의 방향은 맞지만 이에 맞춰 감독체계도 함께 정비해 예상되는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비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형민 기자 kalssam35@donga.com
#금감원#라임 사태#펀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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