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지구 위협하는 기후변화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월 1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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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abay
24절기 중 세 번째 절기인 ‘경칩’은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는 시기라는 뜻입니다. 올해는 3월 5일이죠. 그동안 계속 당겨오던 개구리 기상 시기는 올해 훨씬 빨라졌습니다. 9일 서울 남산 중턱에서 동면에서 깬 개구리들이 발견됐다고 합니다. 개구리는 온도에 민감한 변온동물입니다. 포근한 겨울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산란기로 착각한 것으로 보입니다.

기상청에 따르면 1월 평균기온은 10년 전보다 2.78도 올랐습니다. ‘대한(大寒)이 소한(小寒) 집에 놀러 갔다가 얼어 죽었다’는 옛말이 무색합니다. 소한이었던 6일도 별다른 추위 없이 지나갔습니다.

부산과 포항을 비롯해 남해안 일대에는 때아닌 봄꽃이 꽃망울을 터뜨렸습니다. 제주도에는 벌써 유채꽃과 철쭉이 활짝 폈죠. 7일에는 제주도의 낮 기온이 23.6도까지 올라 1923년 기상관측 이래 1월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합니다. 얼음과 눈 속에서 대목을 맞아야 할 화천 산천어축제, 홍천 꽁꽁축제, 평창 송어축제, 대관령 눈꽃축제 등 수많은 겨울 축제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와 기상이변은 전 세계적 추세입니다. 섭씨 40도를 넘는 살인적인 폭염, 극심한 가뭄과 사막화의 확대, 녹아내리는 빙하와 해수면 상승, 생태계의 변화 등 지구촌에 기후변화 위기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현재 호주에서는 사상 최악의 산불이 전역을 휩쓸고 있습니다. 지난해 9월 시작된 산불은 섭씨 45도 안팎까지 치솟은 이상고온 현상으로 빠르게 확산됐습니다. 석 달 넘게 이어진 산불은 서울 면적의 166배가 넘는 넓이의 호주 국토를 집어삼켰습니다. 사람 수십 명과 야생동물 5억여 마리가 희생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호주의 상징 동물 코알라(사진)가 멸종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12일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산불과 기후변화의 관련성을 인정했습니다. 그는 “우리는 점점 더 길어지고 더 더워지며 더 건조해지는 여름 속에 살고 있다”며 “이는 분명히 좀 더 광범위한 기후변화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모리스 총리는 자국의 석탄산업 발전을 적극 옹호하며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이던 기존 입장에서 선회해 온실가스 배출 저감을 위한 대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스웨덴의 10대 소녀 환경운동가 그레타 툰베리를 ‘2019년 올해의 인물’로 선정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16세였으니 역대 가장 어린 수상자입니다. 타임은 툰베리가 “지구의 가장 중요한 문제에 가장 설득력 있는 목소리를 냈다”고 높이 평가했습니다.

우리 몸도 아프면 통증으로 구조 신호를 보냅니다. 마찬가지로 지구도 자신이 견디기 어려울 만큼 아프다고 인류에게 구조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죠. 더 늦기 전에 과감한 행동과 실천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충남 당진시는 20일 지방정부 최초로 ‘기후위기 비상사태 선포식’을 개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광주 시민단체들도 기후위기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촉구했습니다.

국제사회의 연대도 절실해 보입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온실가스 감축 의무를 부여했던 교토의정서가 올해 만료되기 때문이죠. 내년 1월부터 발효되는 파리기후변화협약은 195개 당사국 모두에 구속력 있는 감축 의무를 줄 예정입니다. 협약 탈퇴를 선언한 미국도 지구 구조에 반드시 동참해야 할 것입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기후변화#호주 산불#온실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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