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프란치스코 교황은 처음에는 교황이 될 자격이 없다며 한사코 거부했다. 특히 아르헨티나 예수회 수장으로서 독재정권에 더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고 무고한 인명의 희생을 막지 못했다는 죄의식이 그를 짓눌렀다. 베네딕토 교황은 그러한 뉘우침과 죄의식이 그를 더 겸손하고 더 포용적인 교황으로 만들어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에 나오는 다른 추기경의 말처럼, 지도자가 되기를 원치 않는 사람이야말로 지도자가 될 자격이 있는지도 몰랐다. 교황은 거의 모든 면에서 자신과 반대되는 ‘적’에게 권력을 넘겨주었다. 세속적인 정치권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변화를 가르침의 핵심으로 삼았던 예수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메리 크리스마스.
왕은철 문학평론가·전북대 교수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