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해외부동산 투자 보고하라”… 금감원, 리스크관리 고삐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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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이익률 고민깊은 보험사들… 美-英-獨 등 토지-건물에 자금 투입
일부는 수백억대 손실발생 우려도… 금감원, 투자 분석뒤 규제 가능성
보험사들 “원천봉쇄땐 수익 막막”

보험사들이 경쟁적으로 해외 부동산 투자를 확대하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토지와 건물에 대한 정교한 실사 없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묻지 마 투자’로 부실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 것이다.

10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최근 각 보험사에 해외 부동산 및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현황 등을 낱낱이 점검해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아울러 ‘해외 부동산 점검’을 내년 업무계획의 핵심 테마로 삼아 보험사 및 금융회사들의 해외 부동산 투자현황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돈이 해외 부동산에 몰리고 있는 만큼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는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저금리가 수년째 이어지면서 그동안 보험사들은 자산 운용이익률을 어떻게든 끌어올리고자 해외 부동산 투자를 늘려왔다. 업계 ‘선두주자’ 격인 삼성생명은 2016년 독일의 초고층 빌딩 ‘코메르츠방크 타워’ 인수에 참여하는가 하면 지난해에는 영국 오피스빌딩에 투자하는 부동산펀드에 돈을 넣는 등 해외 부동산 투자를 지속해왔다. 한화생명도 해외투자 비중이 전체 운용자산(93조9760억 원)의 30%에 육박한다. 최근 미래에셋자산운용이 6조9095억 원에 인수하기로 한 미국 내 최고급 호텔 15곳에는 미래에셋생명이 4997억 원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급격히 불어났다. 한국신용평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주요 보험사 10곳의 해외 대체투자 규모는 2017년 말 기준 10조5000억 원에서 2019년 6월 말 15조4000억 원으로 47% 증가했다.

금감원은 투자 규모가 급증한 데 비해 금융회사들의 투자분석과 리스크관리 수준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우려한다. KB증권이 판매하고 보험사 등 상당수 기관투자가들이 투자한 ‘JB호주NDIS펀드’의 부실 사태는 이 같은 금감원의 우려가 기우가 아님을 보여줬다. 원래 이 펀드는 장애인을 위한 임대아파트를 개발해 임대수익을 올리도록 설계됐다. 하지만 호주 LBA캐피털은 투자금으로 임의로 다른 토지를 매입했다. 당초 약정과 다른 엉뚱한 곳에 돈이 나간 것을 뒤늦게 확인하고 KB증권이 부랴부랴 투자금 회수 조치에 들어갔지만 최대 300억 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금융권의 분석이다.

금융 전문가들은 해외 부동산 투자의 경우 투자처 선택은 물론이고 사후 관리가 녹록지 않다고 본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에서 현지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법적 다툼이 발생할 시 즉각적 대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시장 상황에 따라 원하는 시점에 현금화가 어렵다는 점도 큰 리스크”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금감원이 업계의 투자명세를 분석한 뒤 추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는 철저히 해야겠지만 규제로 해외 부동산 투자가 원천 봉쇄되면 저금리 상황에서 수익을 낼 길이 막막해진다”고 했다.

이날 금감원은 ‘금융투자회사 내부통제 강화 워크숍’을 열고 증권사들에 해외 부동산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자산운용사에도 부동산 등 대체투자 펀드에 대한 실사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
#보험사#금융감독원#리스크 관리#묻지 마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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