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 이름은 지웠지만…산업계 곳곳에 남아있는 ‘대우그룹’ 유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10일 17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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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생전 고 김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 티코 옆에 선 모습.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사진은 생전 고 김 전 회장이 대우자동차 티코 옆에 선 모습.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제공)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영면에 들었지만 그룹의 명맥은 지금도 한국 산업계 곳곳에 남아있다. 그룹이 해체되면서 쪼개진 계열사들은 대부분 ‘대우’라는 이름을 지웠지만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대우 브랜드를 앞세워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대우의 유산이 남아있는 대표적인 곳은 완성차 업체인 한국GM이다. 1983년 김 전 회장은 대우자동차를 출범하고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합작해 완성차 시장에 뛰어들었다. 대우차는 1990년대에 독자 모델을 앞세워 베트남 폴란드 등 공산권 국가에 생산 시설까지 세웠다.

하지만 대우차는 2000년 법정관리에 들어갔고 2001년 9월 GM이 대우차 지분을 사들였다. 이후 GM은 2011년까지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GM대우’라는 사명을 쓰다가 GM의 쉐보레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오면서 사명도 ‘한국GM’으로 바꿨다. GM의 경차인 ‘마티즈’와 상용차 ‘다마스’ ‘라보’ 등은 대우차 시절 개발됐다. 대우차의 상용차 사업부문은 현재 자일대우버스와 타타대우상용차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처럼 여전히 대우의 이름을 쓰는 기업도 있다. 1978년 김 전 회장은 대한조선공사의 옥포조선소를 인수하면서 대우조선공업을 출범했다. 1993년에는 수주량 세계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1994년 대우중공업이 대우조선공업을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지만 1999년 8월 대우그룹 구조조정과 함께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2000년 10월 대우중공업이 분할되면서 대우조선공업은 독립한 뒤 2002년 대우조선해양으로 사명을 바꿨다.

대우조선해양 관계자는 “김 회장이 89년에는 거제 옥포조선소에 직접 내려와 현장 경영을 했다”며 “발주 영업 등을 위해서라도 지금도 대우 브랜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그룹의 중심역할 역할을 한 ㈜대우는 종합상사로서 미주와 유럽 뿐 아니라 동남아, 동유럽 등에도 진출하며 김 회장의 세계 경영 철학을 가장 적극적으로 구현했다. 하지만 그룹 해체와 함께 분할된 ㈜대우의 무역 부문은 ‘대우인터내셔널’로 변경된 뒤 2010년 포스코에 편입됐다. 포스코는 2016년 ‘포스코대우로’ 사명을 바꾼 뒤에 올해 3월 ‘포스코인터내셔널’로 이름을 바꿨다.

한때 국내 5대 건설사였던 대우건설도 우여 곡절을 겪었다. 김 전 회장의 ‘지구촌건설’ 철학 아래 적극적인 해외 수주로 이름을 날렸지만 그룹 해체 뒤 한국자산관리공사, 2006년엔 금호아시아나그룹에 편입됐다. 그러나 금호가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대우건설도 재무구조가 악화 됐다. 결국 다시 매각되면서 현재는 KDB산업은행이 최대주주다.

이밖에도 1999년 대우조선공업에서 갈라져 나온 항공사업 부문은 삼성항공과 현대우주항공 등과 통합돼 오늘날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됐다. 대우종합기계는 2005년 두산중공업에 인수돼 두산인프라코어, 대우전자는 ‘위니아대우’, 대우증권은 ‘미래에셋대우’로 이어지고 있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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