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대 분재 사서 비닐하우스에 숨기고 5억 현금 아파트 보일러실-벽틈에 은닉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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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세청 고액상습체납 6838명 공개
최대 체납 개인 1632억-법인 450억… ‘황제노역’ 논란 허재호 56억 안내

A 씨는 종합소득세 미납 등으로 수억 원의 세금이 밀리자 본인 명의의 부동산을 모두 팔았다. 그는 처분 대금으로 수억 원에 이르는 고가의 분재 377점을 구입해 비닐하우스 4개동에 쌓아뒀다. 세무 당국이 체납 세금 대신 재산을 가져갈 것을 예상해 눈에 잘 띄지 않는 분재를 사서 숨긴 것이다. 국세청은 탐문을 통해 A 씨가 고가의 분재를 수집한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압류했다.

B 씨는 사업용 부동산을 매각한 뒤 수익 중 5억 원을 현금으로 인출해 아파트 보일러실, 벽 사이 틈, 자동차 트렁크에 숨겼다가 세무 당국에 적발됐다. 국세청은 5만 원짜리 현금다발 총 9400만 원을 회수했다.

국세청은 이처럼 2억 원 이상의 세금을 1년 넘게 납부하지 않은 고액·상습체납자 6838명의 명단을 홈페이지와 세무서 게시판에 공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체납자의 총 세금 미납액은 5조4073억 원이었다. 개인 최고 체납액은 1632억 원, 법인 최고 체납액은 450억 원이었다.

당국은 2004년부터 매년 고액 상습체납자의 이름과 법인, 나이, 직업, 주소, 세목 등을 공개하고 있다. 명단 공개 대상자에 포함돼 올 3월에 사전 안내를 받고도 11월 국세정보공개심의위원회 심의 전까지 납부하지 않은 체납자들이 이번에 공개됐다.

올해 공개 인원은 지난해(7158명)에 비해 320명 줄었지만 100억 원 이상 체납자가 크게 늘며 전체 체납액은 1633억 원 늘었다. 체납액 규모는 2억∼5억 원 구간이 4198명으로 전체의 61.4%를 차지했다. 100억 원 이상 체납한 인원도 42명에 이른다.

올해 체납자 명단에는 과거 ‘황제노역’ 논란을 빚은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이 포함됐다. 그는 종합부동산세 등 56억 원을 체납했다. 이어 세월호 선사 청해진해운의 김한식 전 대표도 종합소득세 8억7500만 원을 내지 않았다. 드라마 ‘주몽’ ‘올인’ ‘구암 허준’ 등의 극본을 쓴 방송작가 최완규 씨와 인터넷 BJ 출신으로 신발 회사 스베누를 창업한 황효진 전 대표도 체납자 명단에 올랐다.

국세청은 체납자의 은닉 재산을 환수하기 위해 지방국세청에 142명의 체납재산 징수팀을 꾸려 재산을 추적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여행용 가방에 거액의 현금을 숨겨놓거나 사무실 금고에 현금을 보관하는 경우도 있다”며 “은닉재산을 제보하는 신고자는 최대 20억 원까지 포상금을 주고 있어 2017년 2억2500만 원의 최고액이 지급된 바 있다”고 말했다.

세종=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국세청#고액 체납자#세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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