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허술한 국가 시스템 드러낸 수능 성적 사전유출 사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2월 4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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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통지일(4일)을 사흘 앞두고 일부 수험생의 성적이 유출된 사태에 교육 당국이 연일 사죄에 나섰다. 성기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어제 수능 성적 사전 유출을 공식 인정하고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혼란을 야기한 점을 사과했다. 교육부도 그제 “수능 성적 통지를 앞두고 사전 모의 테스트를 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이라며 312명의 재수생이 자신의 성적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번 일은 입시 자체에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판단하에 수습되고 있으나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사안이다. 수험생만 50만 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국가시험 관리 시스템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뚫릴 정도로 허술했다는 점부터 충격적이다.

더욱이 평가원의 허술한 보안시스템은 이미 지난해 8월 감사원 지적을 받았다. 당시 감사원은 2017학년도 중등교원 임용관리 실태를 감사한 뒤 “전산 보안관리, 시험채점 업무 등 전반적인 부적정 사실이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평가원은 과거에도 1992년 문제지 유출, 2014년 출제 오류 등의 사건으로 학력고사와 수능의 신뢰를 추락시킨 바 있다.

더 큰 문제는 교육 당국이 인생 출발점에 선 청년들에게 국가 시스템에 대한 불신을 안겨줬다는 점이다. 온 국민의 관심이 쏠린 국가적 대사이자 국가시험인 수능 성적을 이렇게 허술하게 관리한다면 다른 일은 또 어떻게 하고 있을지 걱정스럽다. 교육부가 수시 비중을 줄이고 수능 위주 정시모집을 확대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다. 가뜩이나 형평성과 공정성을 의심받고 있는 대학입시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교육부와 평가원은 보안시스템 전반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차제에 다른 국가관리 시험의 보안체계도 점검해야 한다.
#수능#성적표#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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