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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바뀌지 않으면 또 일년소계다[광화문에서/이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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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바뀌지 않으면 또 일년소계다[광화문에서/이성호]

이성호 정책사회부 차장 입력 2019-12-03 03:00수정 2019-12-03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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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호 정책사회부 차장
몇 년 전 아내가 초등학생 아이의 학교로 상담을 갔다. 전화도 가능하지만 얼마 전 아이가 받아온 수학 평가 결과가 눈앞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교사에게 조언을 구했다. 황당한 대답이 돌아왔다. “학원 안 다니세요? 학습지는요?”

사실 초등학교 때라도 학원 뺑뺑이를 돌리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학교에서 접하기 어려운 예체능 중심의 학원을 보냈다. 사실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더 큰 목적이었다. 이 말을 들은 교사는 매우 친절하게 ‘교육의 길’을 가르쳤다. “어머니, 학교에서 다 가르칠 수는 없어요. 사교육 도움을 받으셔야 해요. 다른 아이들도 다 그렇게 해요.”

아내는 상기된 얼굴로 교사와 학교에 대한 성토를 이어갔다. “초등학생에게 학원 다니라고 하는 게 정상이냐”, “그럼 교사와 학교는 뭘 하는 거냐”고 따지듯 물었다. 주변에 물으니 이런 경험을 가진 이가 드물지 않았다. 오히려 질문하는 나를 ‘교알못’(교육을 잘 알지 못하는 사람) 취급하는 사람도 있었다.


지난주 정부가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2023학년도 대입까지 주요 대학의 정시모집 비중을 40%까지 끌어올리는 내용이다. 예상대로 교원단체나 교사모임의 반발이 거세다. 공교육을 죽이고 사교육만 부추길 것이라는 비판을 반복했다. 물론 정부의 대입 개편안이 ‘졸속’ 비판을 받는 건 당연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녀 문제가 터지고 입시 공정성 문제가 불거지자 대통령이 정시 확대를 언급하고 불과 37일 만에 나온 결정이다. 1년에 걸친 공론화 과정 후 내놓은 개편안을 손바닥 뒤집듯 한 것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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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찬반 논란이 팽팽한 정시 비중을 놓고 시간을 끌면 혼란을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문가들도 있다. 40% 기준 역시 찬반 양측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정시 비중만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 정작 가장 중요한 정책이 뒷전으로 밀릴까 걱정이다. 바로 이번 발표에서 찬밥 대우를 받은 대학수학능력시험 체계 개편이다. 2028학년도 도입을 목표로 논·서술형 문항을 반영하는 새로운 수능이다. 그동안 보수와 진보 교육계는 사안마다 엇갈렸지만 이 같은 방향의 수능 개편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었다.

내년 1월 일본에서는 한국 수능과 비슷한 대학입학자선발 대학입시센터시험(대입센터시험)이 치러진다. 1989년 도입된 대입센터시험의 마지막이다. 이듬해부터 대학입학공통시험이라는 새로운 평가가 실시된다. 우리처럼 다지선다형 문항 일색인 시험에 다양한 서술형 문항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은 입시 개편을 위해 20년가량 공을 들였다. 인구 감소와 산업환경 변화 등을 감안해 사회와 국가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 목적을 뒀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를 24명이나 배출한 일본이지만 시대에 뒤떨어졌다며 단행한 입시 개혁이다.

2021년 발표될 새로운 수능 체계안이 백년대계가 되려면 교사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수능을 학생과 함께 준비할 수 있는 교사가 있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이름뿐인 교원 평가도 바뀌어야 한다. 학원과 개인과외로 넌지시 학생의 등을 떠미는 교사가 남아있는 한 새로운 수능 체계는 결국 일년소계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성호 정책사회부 차장 star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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