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3법 손발 묶인 사이… 규제없는 외국업체는 한국서 활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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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 문턱 못넘으면 자동폐기
관광객에 식당 추천-예약 서비스, 고객정보 활용못해 中업체에 밀려
핀테크-오픈뱅킹도 활성화 안돼
개인정보보호법안 행안위 통과, 3법 긴밀 연계… 함께 통과돼야 효과

“한국 식당을 예약하려는 외국인 관광객들한테 정보 제공 동의를 일일이 받으면 누가 그 사이트에서 예약을 합니까?”

2011년 창업한 레드테이블은 한국을 찾는 관광객들에게 식도락 관광상품을 판매한다. 2015년 정부 선정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유망 기업 300곳 안에 꼽혔고 올해 5월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음식 관광 빅데이터센터 사업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데이터3법’이 19일 본회의 통과가 무산되자 레드테이블 도해용 대표는 “이렇게는 도저히 해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27일 데이터3법 중 하나인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이 행정안전위원회의 문턱을 넘었지만 나머지 2법은 국회 소위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 “이번엔 통과시킨다”더니 또 좌절 위기

도 대표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레스토랑에 연결해주면서 고객 정보와 주문 내용, 매장별 결제 정보 등을 확보했다. 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지역에서 온 손님들이 어떤 음식을 선호하는지 등 타깃 마케팅을 할 수 있는 기술특허도 다 따 놨다. 하지만 가명 처리된 정보조차 활용할 수 없는 법 때문에 이런 마케팅은 꿈도 못 꾸고 있다.

그 사이 2017년 한국에 지사를 연 중국 경쟁사 시트립은 무섭게 성장했다.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뭘 먹는지, 어디서 자는지 등을 체계적으로 분석해 맞춤형 상품들을 추천하고 타깃 광고도 제한 없이 하고 있다.

일부 진전이 있는 개인정보보호법과 함께 데이터3법으로 불리는 신용정보법, 정보통신망법은 서로 긴밀하게 연관돼 있어 업계가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면 동시에 통과돼야 한다는 게 업계와 학계의 이야기다.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안은 현행법상 명시하고 있지 않은 ‘가명 정보’ 개념을 도입해 데이터 활용의 기반을 만드는 법이다. 이를 금융 분야와 통계 작성, 연구 등을 목적으로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신용정보법 개정안이다.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개인정보 관련 내용을 모두 개인정보보호법으로 이관하는 것이 핵심이다.

핀테크 기업인 핀크 관계자는 “금융 혁신이나 빅데이터 산업을 위해 신용정보법은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 업계가 애달픈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하나의 앱에서 여러 은행 계좌 잔액을 조회하고 송금할 수 있게 한 ‘오픈뱅킹’도 이 법이 통과돼야 활성화된다.


○ “일단 통과한 후 처벌 등 조건 논의를”


앞서 국회 정무위원회 소위에서 유일하게 신용정보법 개정안 통과를 반대한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국민들의 개인정보 문제이니만큼 제대로 안전장치를 마련해서 가야 한다”며 “병원이나 약국이 취득한 개인의 의료정보를 돈 받고 파는 행위를 금지하고 주무 부처인 금융위원회가 개인정보 관리를 책임지도록 명시하는 등 개인의 정보주권과 인권을 지킬 보호 장치를 추가하는 보완책을 정무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개인정보보호규정(GDPR)을 통해 상업적 목적을 포함한 모든 연구에 가명 정보를 활용할 수 있게 했다. 일본도 2015년 관련법을 개정해 제3자에게 익명 가공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의 경우 이미 소비자 정보를 수집해 익명화한 뒤 판매하는 ‘데이터 브로커’ 시장이 형성됐을 정도다.

현행 데이터3법 개정안은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권헌영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오랜 논의를 거쳐 여기까지 온 만큼 더 이상 법안 도입 자체를 거부하기는 어렵다. 합의가 된 부분까지는 일단 통과를 시키고 처벌 규정과 비식별화 조건 등 세부 조건에 대해서는 내년 새 국회에서 추가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도영 now@donga.com·장윤정 기자
#데이터3법#국회#입법#정보통신#개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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