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20% : 비금융 80%…한국인 자산, 부동산 쏠림 심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24일 19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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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금융시장에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다보니 시중 자금이 더욱 부동산 쪽으로 몰리고 있다. 이런 식으로 부동산 경기가 계속 과열된다면 버블이 꺼지면서 투자자들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부터 저성장 저금리가 본격화되며 실제 이 같은 현상이 나타났다.

국내 투자자들의 부동산 쏠림 현상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 봐도 심각한 편이다. 현대경제연구원과 메트라이프생명이 최근 국내 3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금융자산 대 비금융자산의 비율은 평균 20대 80이었다. 반면 미국(70대 30), 일본(64대 36) 등은 오히려 금융자산 비중이 높다. 한국인의 자산이 부동산에 지나치게 많이 묶여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이 생기는 것은 일차적으로는 저금리 시대에 돈을 굴릴 다른 투자처가 마땅치 않기 때문이지만, 그동안 부동산에서 쏠쏠한 수익을 얻은 학습효과가 작용한 탓도 있다. 이는 최근에도 마찬가지다. 김현섭 KB국민은행 도곡스타PB센터 팀장은 “서울 강남권에서 2년 전 아파트를 산 고객 중에는 수익률이 10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며 “반면 금융상품은 수익률에 변동성이 커서 지금도 자산가들은 목돈이 생기면 일단 부동산 투자부터 고려한다”고 말했다.

부동산 위주의 재테크는 사회적 비용도 상당한 편이다. 부동자금이 계속 몰리면서 주기적으로 집값이 폭등하면 서민의 주거난이 심각해지고 각종 부동산 대책도 약효가 떨어진다. 국내 투자자들이 부동산만 바라보다 보니 최근 수천억 원대 손실을 낸 파생결합펀드(DLF)와 같은 사태가 일어난다는 지적도 있다.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금융상품에 대한 정보가 어둡기 때문에 은행 직원의 권유만 믿다가 불완전판매를 당하거나 투자 실패를 반복한다는 것이다.

이대기 한국금융연구원 은행·보험연구실장은 “돈이 금융시장으로 가면 다른 곳에 투자가 일어나는 등 생산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부동산에 돈이 집중되는 건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김경록 미래에셋은퇴연구소장은 “장기 침체기가 오면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오르기 힘들기 때문에 노후를 위해 부동산에 편중된 자산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별 취재팀

▽팀장 유재동 경제부 차장 jarrett@donga.com
▽경제부 조은아, 도쿄·사이타마=장윤정 기자,런던·리버풀=김형민, 프랑크푸르트=남건우,코펜하겐·스톡홀름=김자현
▽특파원 뉴욕=박용, 파리=김윤종, 베이징=윤완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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