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 미만 기업 주52시간 사실상 연기··· ‘특별연장근로’ 허용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8일 2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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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내년 초부터 ‘경영상 필요’에 따라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을 기업 규모에 상관없이 허용하기로 했다. 내년 1월부터 주 52시간제가 시행되는 50~299인 기업은 법정근로시간을 위반하더라도 최소 9개월간 처벌하지 않기로 했다. 경영계는 “일단 숨통이 트이는 대책”이라면서도 “기업이 직면한 애로와 우려를 해소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며 법으로 제도화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이런 내용의 주 52시간 근로제 보완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현재 자연재해나 큰 사고가 났을 때만 허용되는 특별연장근로를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특별연장근로는 근로자 동의와 고용부 승인을 받아 최장 3개월간 주 52시간을 넘겨 한도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최근 일본의 수출규제와 아프리카돼지열병 방역과 관련해 인가된 적이 있다.

고용부는 국회 동의가 필요 없는 시행규칙을 개정해 기업이 “경영에 필요하다”고 요청할 때도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기로 했다. 일시적 업무량 급증, 신상품 연구개발(R&D) 같은 세부 요건을 마련해 다음 달 초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모든 기업의 경영상 필요에 따라 사실상 주 52시간제에 예외를 두는 것이다.

개정 시행규칙은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내년 1월 초 시행될 예정이다. 다만 국회가 그 전에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를 모두 확대하는 쪽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할 경우 특별연장근로는 현행대로 유지할 수도 있다. 정부는 또 중소기업의 구인난을 덜어주기 위해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 한도를 현행보다 20% 올리기로 했다.

정부는 50~299인 기업에 최소 9개월의 계도 기간을 부여한다. 이 장관은 “(탄력근로제) 입법이 되더라도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회 논의와 상관없이 50~299인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어기더라도 최소한 9개월은 처벌하지 않겠다는 얘기다.

고용부는 탄력근로제 확대 방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을 경우에는 계도 기간을 1년으로 늘리는 것도 검토 중이다. 상황이 열악한 50~99인 기업에는 3~6개월의 계도 기간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산업계는 정부 대책이 없는 것보다는 낫지만 근본 대책은 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매번 특별연장근로를 신청하고 정부가 결정해 주기를 기다릴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계도 기간 부여에 대해 “범법 상태로 형벌만 미루겠다는 것”이라며 “법으로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세종=송혜미기자 1am@donga.com
유성열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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