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비료공장 불법이 빚은 장점마을 비극, 다른 곳은 없는지 조사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6일 0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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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익산의 장점마을 주민 99명 중 22명이 암에 걸리고 그중 14명이 사망한 이유가 마을 인근 비료공장에서 배출한 발암물질 때문이라는 정부의 최종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금강농산이라는 비료공장이 담배를 만들고 남은 찌꺼기인 ‘연초박’을 원료로 유기질 비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공기 중에 퍼진 발암물질이 암 발생의 직접적 원인이 됐다는 것이다. 이 마을 주민들은 간암 피부암 담낭암 등 각종 암의 발생률이 전국 평균의 최고 25배나 됐다.

연초박은 발효시켜 퇴비로만 사용해야 하는데 금강농산은 이를 어기고 불법적으로 300도 고온에 건조시켜 유기질 비료를 만든 것으로 드러났다. 유기질 비료가 퇴비보다 2배 이상 비싼 것이 불법 행위의 이유로 보인다. 2001년 공장이 들어선 후부터 마을은 역한 냄새로 창문을 못 열 정도였고 주민들은 잇달아 암에 걸렸으며 2010년에는 몰래 버린 폐수로 저수지의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고 한다. 그때마다 주민들은 익산시와 전북도에 민원을 제기했으나 공무원들은 공장을 조사하지도 않았고 오히려 2010년 공장은 전북도로부터 우수환경상을 받았다. 공장주의 불법적 탐욕과 지방자치단체의 관리감독 소홀이 ‘죽음의 마을’을 만든 것이다.

집단 암 발병의 원인은 밝혀졌지만 공장은 2017년 파산하고 회사 대표도 사망해 주민들은 손해배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 왜 이렇게 정부 차원의 조사가 늦어졌는지, 지자체가 번번이 주민들의 민원을 무시한 이유는 무엇인지, 유착관계는 없었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할 필요가 있다.

암같이 여러 이유로 발병할 수 있는 비특이성 질환에 대해 정부가 역학적 관련성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다. 환경과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것이 어려운 측면도 있지만 국민의 건강권과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던 탓도 있을 것이다. 환경부와 지자체는 장점마을 같은 비극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유해물질 배출에 대한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전북 익산#장점마을#비료공장#연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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