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원경 교수 “기초 연구비 감액 요청한 국회의원들, 의견 철회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19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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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사이언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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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원경 서울대 의대 교수가 12일 생물학연구정보센터(브릭)에 기고문을 통해 2020년도 기초연구비 일부 항목의 감액을 요청한 국회의원들에게 감액 의견 철회를 요청하고 나섰다. 호 교수는 소설가 고 박완서 선생의 딸로, 과학자들이 자유롭게 주제를 제안하는 창의적 연구과제인 기초연구사업의 확대를 주장하고 2016년 국민 청원 운동을 통해 이를 정부 정책으로 추진하게 이끈 대표적 학자다.

호 교수는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공개한 2020년 기초연구사업 예산안 가운데 일부 항목에 대해 최근 야당 의원 일부가 “지난해에 비해 지나치게 늘었다”며 국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에 감액 의견을 제출한 사실을 언급하며 재고를 요청했다. 호 교수는 “수요에 맞춰 정교하게 사업 계획을 세웠지만 국회예산심의에서 생기는 감액 등 변동에 의한 불확실성이 커서 최적화된 연구지원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이렇게 주장했다.

그는 “특히 소규모 협동연구를 지원하는 BRL(기초연구실) 사업에 대해 감액 의견이 올라와 있다”고 말했다. BRL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원하는 기초연구사업의 두 가지 축 가운데 하나인 ‘집단연구’의 핵심 사업이다. 다른 연구자와의 공동연구를 활성화하기 위한 과제로, 기초연구실사업이 경우 3~4명의 소규모 집단 연구를 지원한다. 2020년에는 특히 새로운 분야와 주력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올해 34개였던 BRL 과제를 130개로 대폭 확대했다. 또 젊은 연구자들이 새로운 연구 분야에 도전하는 ‘개척형 기초연구실’과, 주력산업의 핵심기술을 확보하고 자립화를 돕는 ‘돌파형 기초연구실’ 등 새로운 유형의 과제를 신설했다. 예산은 2019년 700억 원에서 2020년 1079억 원으로 379억 원 증액했다.

호 교수는 본보와의 메신저 대화를 통해 “이 상태로 가면 내년 BRL은 신규 과제가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기초연구사업비를 확대하면 모든 사업의 예산을 같은 비율로 늘려가는 게 아니라, 수요에 맞춰 (일부를 집중적으로 늘리며) 단계적으로 조정해 나간다. 단순히 전년도 대비 많다는 이유로 감액 의견을 내는 일이 반복되면 (긴 안목의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연구사업은 연구자가 자발적으로 연구 주제를 제안하는 상향식의 창의적 연구과제다. 전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에서는 6% 정도를 차지한다. 호 교수는 2016년 현장 연구자들과 함께 국가 차원에서 기초연구비 증액의 필요성을 주장한 ‘기초연구비 확대를 위한 국회 청원’을 이끌었다. 당시 청원은 여야 합의를 거쳐 2017년 1월 국회 본회의에 채택됐고, 정부는 2017년부터 관련 예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 2022년까지 2조 5000억 원으로 늘리는 게 목표다. 지난 7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그 중간 과정으로 2020년 올해보다 약 27% 늘어난 1조 5200억 원의 기초연구사업 예산안을 공개했다.

윤신영 동아사이언스기자 ashill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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