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 훼손…中 학생들 ‘조롱·욕설’ 주장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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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1월 12일 16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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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에서 지난 11일 게시한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좌)와 해당 대자보가 훼손된 모습.(출처=고파스) © 뉴스1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에서 지난 11일 게시한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좌)와 해당 대자보가 훼손된 모습.(출처=고파스) © 뉴스1

‘범죄인 인도 법안’(송환법)에 반대하며 시작된 홍콩의 민주화 시위와 관련해 대학가에서 지지 대자보가 등장하는 가운데, 최근 고려대학교에 붙은 홍콩시위 지지 대자보가 중국학생들에 의해 의도적으로 훼손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12일 고려대 총학생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정경대학 후문에 게시된 ‘홍콩 항쟁에 지지를!’이라는 제목의 대자보가 총 3차례에 걸쳐 의도적으로 훼손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대자보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에서 작성한 것으로, 최근 홍콩시위 중 발생한 첫 사망자를 추모하는 집회에서 20대 시위 참가자가 경찰이 쏜 실탄에 맞아 중태에 빠진 사건 등에 대해 홍콩 정부를 규탄하는 내용이 담겼다.

대자보를 훼손한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따르면 “중국인들이 화난 목소리로 대자보를 찢어서 쓰레기통에 버리는 것을 봤다”는 글이 올라오는 등 중국 학생들이 훼손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대자보가 훼손된 지 하루가 지난 12일부터는 대자보 훼손을 지키려는 한국 학생들과 중국인들 사이에 충돌도 일어났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한 고파스 이용자는 “대자보 훼손을 제지하는 우리 학우들을 중국인 학생들이 단체로 조롱하고 린치했다”며 “중국어로 단체로 조롱하고 욕설까지 하며 한국인이 제지하니 ‘저 사람이 날 때렸다’며 허위로 소리 지르기까지 했다고 한다”고 글을 올렸다.

11일 오후 발생한 대자보 훼손사건으로 학내 분위기는 더 달아오른 모양새다. 이날 고파스에는 ‘홍콩 민주화 지지 대자보 작성에 함께 하실 분 구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올린 이용자는 “어제 대자보가 훼손당한 것을 보고 더이상 좌시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의 목표는 홍콩 민주화를 지지하는 대자보를 게시하고 훼손당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려대 중국 유학생 모임이 홍콩시위를 저격하는 내용을 담아 게시한 대자보.(출처=고파스) © 뉴스1
고려대 중국 유학생 모임이 홍콩시위를 저격하는 내용을 담아 게시한 대자보.(출처=고파스) © 뉴스1

국어교육과에 재학 중인 한 학생은 ‘경고! 대자보 훼손 말라!’는 대자보를 통해 “토론과 논쟁이라는 건강하고 민주적인 방식이 있는데 대자보를 훼손하는 것은 비겁한 행위”라며 “대자보를 훼손하는 사람이 있다면 장면을 찍어 아래 번호로 연락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고려대 총학생회는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고려대는 각각의 구성원이 자신의 이념과 가치관에 따라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유롭게 표출할 수 있는 민주적인 공간”이라며 “고려대 내에서 말하지 못하는 성역은 없으며, 모든 구성원의 발언은 존중과 보호를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전한 토론의 장 유지를 위해 자신과 다른 견해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탄압하는 비겁한 행위는 중단하고, 당당하게 글로써 반박하기를 바란다”며 “향후 대자보 훼손 행위가 반복될 경우, 총학생회는 본 사안에 엄중히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고려대 중국유학생 모임은 ‘홍콩 The Angry Young의 행위가 도대체 민주인가 폭행인가?’라는 내용으로 홍콩 시위대를 저격하는 맞불 대자보를 게시하고 “(시위대의 행위는) 민주가 아니고 폭행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그들의 시위행동은 법률적으로 허가되지 않는 것”이라며 “반대의견을 가진 시민들에게 폭행을 할 뿐만 아니라 가연성 액체를 쏟아 불태운 사건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홍콩은 중국의 불가분한 일부분으로 국가 통일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홍콩동포를 포함한 모든 중국 공민의 책임”이라며 “홍콩 독립주의자들의 극단적인 행위에 대해 우리는 강렬하게 견책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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