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명 몰린 알리바바 쇼핑 쇼… 中, 美 뛰어넘는 ‘데이터경제 굴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1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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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군제 1시간만에 매출 16조원 돌파

11일 오전 1시경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저장성 항저우 본사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광군제’로 불리는 솽스이 행사를 시작한 지 1시간 3분 59초 만에 판매액 1000억 위안(약 16조600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이 대형 스크린에 비쳤다. 항저우=AP 뉴시스
11일 오전 1시경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저장성 항저우 본사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광군제’로 불리는 솽스이 행사를 시작한 지 1시간 3분 59초 만에 판매액 1000억 위안(약 16조6000억원)을 돌파했다는 내용이 대형 스크린에 비쳤다. 항저우=AP 뉴시스
10일 오후 11시 55분경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 알리바바그룹의 저장(浙江)성 항저우(杭州) 본사에 마련된 미디어센터. 대형 스크린이 설치된 무대 위로 낯선 얼굴 7명이 올랐다. 가난한 마을 사람들을 돕기 위해 알리바바의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淘寶)를 통해 물건을 많이 사는 바람에 전체 포인트 적립 순위 10위권에 든 농촌 여성, 알리바바의 또 다른 쇼핑몰인 티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하는 미국 청소기 브랜드 비셀의 아시아 지역 사장, 중국의 양말 공장 책임자, 알리바바 택배 업체인 차이냐오(菜鳥) 택배기사, 열대 과일 등 지역 특산품을 중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인터넷 방송 스타인 아프리카 출신 청년 등이다.

이들은 11일 0시가 되기 10초 전부터 이른바 광군제(光棍節·Singles Day)로 불리는 솽스이 행사 개막을 알리는 카운트다운을 함께 했다. 대형 스크린에서는 이날 24시간의 모든 주문 상황이 실시간 데이터 집계를 통해 수치화되는 모습도 중계됐다. 올해 11회째를 맞은 이 행사는 단순 대규모 온라인 쇼핑 할인 이벤트가 아니라 중국 소비자와 글로벌 기업이 기술 혁신을 통해 강력하게 연결되는 소비 생태계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판매 소비를 융합해 모든 과정을 빅데이터화하는 중국 데이터경제의 미래도 과시했다. 창업자 마윈(馬雲)이 물러난 ‘포스트 마윈’ 시대의 솽스이를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알리바바그룹 티몰 글로벌 수출입사업 류펑(劉鵬) 총괄대표는 10일 본보 등 취재진과 만나 “앞으로 5년간 2000억 달러(약 232조2800억 원)의 매출을 창출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 “우리는 판매상 돕는 인큐베이터”


11일 0시가 되자마자 솽스이 거래액을 보여주는 대형 스크린 속 수치가 폭발적으로 치솟았다. 1시간 3분 59초 만에 1000억 위안(약 16조6000억 원)을 돌파하자 함성이 터졌다. 지난해보다 43분 정도 빨랐다. 이날 오후 4시 31분에 이미 지난해 같은 날 전체 거래액인 2135억 위안(약 35조4324억 원)을 넘어섰다. 알리바바그룹 항저우 본사의 티몰 글로벌 직원들은 “지난해 기록을 깨뜨렸다”고 외치면서 사무실에 설치한 북을 두드리며 자축했다. 알리바바 측은 이날 처음 외신에 사무실 내부를 공개했다. 이날 오후 9시 현재 거래량은 2380억 위안(약 39조5700억 원)에 달했다.

알리바바 측은 “올해 5억 명의 이용자가 상품을 구입했고 이는 지난해보다 1억 명 늘어난 것”이라고 밝혔다. 솽스이 기간의 소비자가 대부분 중국인임을 감안할 때 미중 무역전쟁과 중국 경기 부진 속에서도 중국 소비 파워가 계속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 제품을 불매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으나 중국 소비자들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일본에 이어 미국 브랜드를 많이 찾았다. 류 대표는 “지난해에 비해 새로 참가한 브랜드 수가 300% 증가했다”며 “알리바바는 참가 업체들의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 “비즈니스 세계의 올림픽”

매출 수치 증가를 중계하는 알리바바의 전략은 ‘기록 돌파 쇼’를 연상시켰다. 11일 새벽 알리바바 관계자는 솽스이 행사를 “기록을 돌파하는 비즈니스 세계의 올림픽”이라고 표현했다.

이는 온라인 플랫폼과 오프라인 판매상을 결합해 모든 거래 상황을 데이터로 만들었기에 가능하다. 데이터 스크린은 총 거래액은 물론이고 전 세계 지역별 소비자 주문 상황, 중국 도시별 소비 현황과 특징 등 수많은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여줘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다. 중국이 미국을 뛰어넘기 위해 추진하는 데이터경제 굴기(崛起)가 이미 실현되고 있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술 등을 응용한 라이브 방송으로 실시간 판매가 이어졌다.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알리바바는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층을 가리키는 ‘90허우(後)’와 중국의 저개발 중소도시를 중국의 새로운 소비 파워로 내세웠다. 90허우가 수입 제품 소비의 55%를 차지해 주력 소비층으로 등장했고 저개발 중소도시의 수입 제품 소비가 지난해보다 42%나 증가했다는 것이다.

솽스이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기도 했지만 2016년부터 이미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판매 규모를 뛰어넘었다. 지난해 솽스이 거래액은 307억 달러에 달했지만 블랙프라이데이는 242억 달러에 그쳤다.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중국 소비자가 많이 선택한 브랜드 국가 3위를 유지하며 선전했다. 삼성전자와 LG생활건강의 화장품 브랜드 ‘후’, 휠라 등 3개가 1억 위안 이상 매출 기업에 포함됐다. 하지만 10일 솽스이 전야제에 일본 가수 하나자와 가나(花澤香菜)가 출연한 반면 알리바바는 이번에도 주요 협력국인 한국 출신 가수를 출연시키지 않았다. 중국 정부 차원의 한한령(限韓令)이 풀리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항저우=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중국#알리바바#광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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