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카풀 이어 타다까지…택시에 갇힌 ‘모빌리티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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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30일 09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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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택시 이외의 차량을 이용해 운송 서비스를 시작한 모빌리티 업체들이 예외없이 수난을 겪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국내에 진출한 ‘우버’를 시작으로 지난해 ‘풀러스’ 등 카풀 서비스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이 위법 논란으로 줄줄이 사업을 접었고, 렌터카를 이용한 ‘타다’ 역시 지난 28일 검찰에 불구속 기소되면서 사업이 기로에 섰다.

정부와 국회, 검찰이 모두 한방향으로 기득권자인 택시산업을 보호하는 데만 치중해 새로운 혁신 서비스가 발붙일 여지를 주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파라치’까지 붙여 서비스 저지한 ‘우버’

국내 모빌리티 산업의 ‘잔혹사’는 지난 2013년 우버의 한국 진출로 거슬러간다. 승차공유 원조기업인 미국의 우버는 한국 시장에 고급 렌터카 승용차를 활용한 리무진 서비스 ‘우버블랙’과 일반 차량을 가진 운전자와 승객을 서로 연결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우버엑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이듬해 우버가 서비스 유료화를 시작하자 택시업계는 생존권을 위협한다며 강하게 반발했고, 서울시는 우버가 무허가 자가용과 렌터카로 승객을 운송한다고 수사기관에 고발했다. 서울시는 우버기사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일명 ‘우파라치 제도’까지 실시하며 ‘우버 퇴출’에 적극 나섰다.

결국 2014년 경찰은 우버코리아의 모회사인 우버테크놀로지 설립자 트래비스 코델 칼라닉을 우버코리아를 설립·운영한 혐의로 기소했다. 이듬해에는 우버코리아 지사장과 렌터카 업체 대표 등도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위반으로 불구속 입건됐다. 이들은 모두 법원으로부터 벌금형을 받았다.

2015년 국회는 우버와 같은 유사택시의 운송사업 행위를 금지하도록 한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개정안, 일명 ‘우버택시 금지법’을 통과시켰다. 결국 우버는 백기를 들었다. 우버는 우버엑스 서비스를 전면 중단하고 우버블랙도 국내법에서 허용하는 외국인 관광객, 노인, 장애인 등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만 계속 운영하기로 했다.

◇‘대타협’까지 했지만 결국 고사한 카풀 서비스

정부와 정치권이 우버에 대해 강경하게 나선 것은 글로벌 사업자로부터 대중교통에 해당하는 국내 택시산업을 보호하겠다는 명분이 컸다. 하지만 택시업계의 반발과 정부·지자체의 불법 규정, 이어지는 수사기관의 기소 등 우버를 전방위로 압박했던 패턴은 최근 국내 모빌리티 업체들에게도 그대로 반복되고 있다. 때문에 이 같은 모빌리티 업체들에 대한 압력이 택시업계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수단으로 변모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우버사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모빌리티 업계는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2017년 11월 24시간 카풀 서비스를 시도한 게 또 다른 도화선이 됐다. 풀러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출퇴근 시간대에는 유상 자동차 임대가 가능하다’는 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시작했다. 유연근무제 등 변화한 업무환경에 맞춰 카풀도 더욱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명분이었지만, 이 역시 택시업계의 반발에 부딪혔고 서울시는 풀러스를 경찰에 고발했다. 결국 풀러스는 직원 수의 70%를 구조조정해야 했고 다른 방식의 모빌리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카카오모빌리티가 카풀 서비스에 시동을 걸자 택시단체들은 또 다시 대규모 집회를 열어 ‘생존권’ 사수에 나섰다. 급기야 택시기사들이 잇따라 분신하는 사태까지 발생하자 카카오는 정식 서비스 계획을 무기한 연기했다. 결국 카카오는 더불어민주당, 택시단체와 지난 3월 ‘택시-카풀 사회적 대타협기구’를 통해 택시산업을 중심으로 한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를 추진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대신 카풀 서비스는 출퇴근 시간인 오전 7~9시, 오후 6~8시 각 2시간씩만 운영하고 토요일, 일요일, 공유일은 제외하기로 합의해 사실상 ‘사업성’이 유명무실해졌다.

◇정부·국회·수사기관 전방위 압박에 멍드는 스타트업

우버와 카풀을 막아낸 택시업계의 다음 표적은 타다였다. 지난해 10월 등장한 타다는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11~15인승 승합차는 운전기사 소개가 가능하다는 예외조항을 근거로 사업을 시작했다. 승합차 ‘카니발’로 운행을 시작한 타다는 빠른 배차와 쾌적한 탑승 환경, 친절한 기사 서비스 등을 앞세워 1년 만에 운행차량을 1400대까지 늘리며 고속성장했다.

타다가 몸집을 키우자 택시업계와 정치권, 수사기관의 전방위 압박이 되풀이됐다. 택시업계는 타다를 유사 불법택시로 규정하고 검찰에 고발했고, 국회에는 ‘타다 금지법’이 발의됐다. 지난 28일 검찰은 타다의 운영사인 VCNC의 박재욱 대표와 모회사 쏘카의 이재웅 대표를 불구속 기소했다.

현행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택시산업을 사수하는 강력한 ‘보호막’이 되고 있다. 카풀과 렌터카 등 예외규정을 통해 규제를 피하려 했던 스타트업들은 모두 위법 논란에 휘말려 사업을 접거나 접을 위기에 놓였다.

스타트 업계를 대표하는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입장문을 통해 “현행법으로는 우리나라에서 승차공유 서비스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자명하게 드러낸 셈”이라고 탄식했다.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 대표는 “법 위반 여부는 법원이 판단하겠지만 타다가 중단된다면 또 한 번의 모빌리티 스타트업 잔혹사로 기록될 것”이라며 “정부가 약속했던 규제혁신은 물론 국민을 위한 택시산업 개선조차 이뤄지지 않는 과정의 반복”이라고 비판했다.

◇전통산업 지키기에 몰두하는 정부…중재 역할 ‘낙제점’

소비자들 역시 그동안 승객들의 불만을 샀던 서비스에 대한 개선 노력없이 생존권을 빌미로 경쟁자들을 차단하고 있는 택시업계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존 택시보다 오히려 1000~3000원가량 비싼 모빌리티 서비스를 택하고 있는 이유는 그만큼 현행 택시 서비스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정부 역시 모빌리티 산업과 같이 기존 전통산업과 신산업이 충돌하는 부분에서 중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혁신성장을 국정과제로 제시하고 사상 최대의 벤처투자를 감행하고도 결국 기존산업을 보호하느라 신산업에 대해 안이하게 대처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이번 타다 사례의 경우 정부가 위법 판단을 유보하고 택시업계와 타협점 찾기에만 골몰한 사이 검찰까지 개입해 결국 ‘혁신의 싹을 잘랐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구태언 법무법인 린 테크앤로 부문장(변호사)은 “4차 산업혁명의 전환기에 낡은 규제로 신산업을 형사 기소하는 일은 극도로 자제해야 한다”며 “이번 기소는 검찰이 역사적 산업혁명의 흐름에 영향을 주는 잘못된 기소”라고 꼬집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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