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최저임금 등 부담에 정규직 줄여… 고용의 질 나빠졌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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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6만명 늘어 역대 최다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면서 고용의 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정보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이 기간제 근로자 증가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올해 비정규직 근로자가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르면서 고용의 질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29일 정보서울청사에서 열린 긴급 브리핑에서 강신욱 통계청장이 기간제 근로자 증가 이유 등을 설명하고 있다. 뉴스1
비정규직 수가 역대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은 통계 조사 방식이 바뀌면서 기간제 근로자가 대거 비정규직으로 유입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이런 일회성 증가분을 빼더라도 비정규직은 2004년 이후 가장 많이 늘었다. 고용정책이 실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 ‘일자리 정부’에서 악화된 고용의 질



29일 통계청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8월 기준 비정규직은 748만1000명으로 전년 대비 86만7000명 늘었다. 2003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래 규모와 증가폭 모두 최대다. 현 정부는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민간으로 정규직화 추세를 확산시키는 정책을 추진했다.

비정규직 급증은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부진으로 기업들이 정규직 채용을 줄이고 시간제와 기간제 근로자를 늘린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가 노인 일자리를 중심으로 한 공공근로를 늘리면서 비정규직 채용이 증가한 측면도 있다.

실제로 산업별로 보면 △제조업 17만5000명 △도소매업 6만2000명 △건설업 3만6000명 △경비원이 속한 사업시설관리업 2만 명 등 경기 변화에 취약한 업종에서 비정규직이 많이 늘었다.

정규직과의 임금 격차도 확대됐다. 올해 비정규직 평균 월급(172만9000원)은 정규직(316만5000원)보다 143만6000원 적다. 임금 격차는 지난해(136만5000원)보다 7만1000원 늘었다.

비정규직 확대는 기업이 빠르게 변하는 경영환경에 적응한 측면도 있다. 민간 기업은 정부의 의지와 달리 시장 상황에 따라 고용과 퇴출이 유연한 근로 형태를 선호했고, 이번 조사에서 그 결과가 반영된 셈이다. 비정규직 안에서도 기간제, 파견 용역, 특수형태근로, 일일근로, 가정 내 근로 등 다양한 형태로 고용이 이뤄지고 있었다.

○ 정부 “통계방식 개편 때문” 해명 논란



이날 정부는 김용범 기재부 1차관 등이 나서 예정에 없던 차관급 브리핑을 열고 비정규직 증가가 통계 작성 방식의 변화 때문이라고 했다. 올 들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화된 기준에 맞춰 정규직, 비정규직 분류를 개편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 결과 35만∼50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추가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르면 통계청은 ‘근로 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다’고 답한 근로자에게 따로 고용예상기간이 있는지 추가 질문을 했다. 상당수 근로자가 고용예상기간이 ‘있다’고 답했다. 이 답으로 당초 정규직으로 분류됐던 사람이 일정 기간만 고용되는 비정규직(기간제 근로자)으로 재분류됐다고 한다.

하지만 이는 정부 내부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다”는 말이 나온다. 추가된 질문 하나에 자신이 기간제 근로자인 걸 몰랐던 최대 50만 명이 비정규직으로 넘어올 수 있냐는 것이다. 이 50만 명을 빼도 올해 비정규직 증가폭은 36만7000명이다. 2004년(78만5000명) 이후 가장 많다.

통계 결과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질문이 조사문항에 추가됐기 때문에 국가통계위원회 자문을 거쳤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관련 규정에 따라 통계청은 시계열 단절 등 새로운 조사 형태나 방식 등이 필요할 때 통계위원회의 자문을 거치도록 하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통계청이) 자체적으로 (판단) 했다. 조사 방식이나 형태가 바뀐 것이 아니기 때문에 위원회를 꼭 거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세종=송충현 balgun@donga.com·김준일 기자

#비정규직#정규직#통계 조사 방식#고용정책#최저임금#경기 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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