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년전 아프리카 살던 인류…“기후변화 못이겨 터전 떠났다”

남아프리카 강수와 최초 이주의 상관관계(IBS 제공)© 뉴스1

혈액 샘플로부터 L0 유전자 뿌리를 추적하는 과정(IBS 제공)© 뉴스1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 악셀 팀머만 단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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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만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에 살던 현생인류가 ‘기후변화’를 버티지 못하고 발상지를 벗어나 이주한 흔적이 연구 결과를 통해 드러났다. 현생인류 발상지는 물론 최초 이주 원인까지 과학적으로 규명한 셈으로 ‘인류 이주 역사’에 대한 수수께끼에 한 걸음 더 다가섰다는 평가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악셀 팀머만 기초과학연구원(IBS) 기후물리연구단장 연구팀이 현생인류의 가장 오래된 혈통이 20만년 전 아프리카 칼라하리 지역에 출현해 13만년 전 기후변화로 인해 이주를 시작했다는 것을 DNA 추적과 고기후 연구로 확인했다고 29일 밝혔다.

현생인류는 현존 인류와 해부학적으로 동일한 인류인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말한다. 현생인류는 아프리카 나미비아·짐바브웨 국경에 이르는 보츠와나 북부지역이자 그레이터 잠베지 강 유역 남쪽인 ‘칼라하리’ 지역에서 살았다.

연구팀은 남아프리카에 사는 후손들의 DNA를 추적해 현생인류의 정확한 발상지를 밝혔다. 현생인류가 아프리카 대륙에서 출현했음은 이미 알려졌다. 그러나 가장 오래된 현생인류 유골은 동부 아프리카에서 발견됐고 살아있는 인간의 가장 오래된 혈통인 ‘L0’의 후손은 남부 아프리카에 주로 거주해 정확한 발상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었다.

현대 유전학 기술은 미토콘드리아 DNA를 통해 약 20만년 전 현생 인류의 공통 모계 조상을 추적할 수 있는데 ‘L0’는 현생인류 최초 어머니에서 처음 갈라져 나온 혈통이다. 현재도 L0 후손들이 남아프리카에 살고 있다.

연구팀은 L0 혈통 후손 198명을 새로 찾아내 기존 1019개 표본으로 작성된 L0의 하위 계통 출현 연대표를 작성했다. 새 연대표에는 이전엔 없었던 하위 계통이 추가됐다. 유전자 하위 계통 출현 시점은 이주 시점과 관련이 있다. 연구팀은 개선된 연대표와 후손들의 언어·문화·지리적 분포 정보를 연계해 최초 이주 경로와 발상지를 추적했다.

현생인류가 발상지에서 이주한 원인은 지구 자전축 변동으로 인한 아프리카 지역 기후변화 때문이라는 사실도 연구팀은 찾아냈다. 해양 퇴적물 등 고기후 자료와 기후 컴퓨터 모델 분석으로 지구 자전축의 느린 흔들림인 ‘세차운동’이 남반구의 여름 일사량을 변화했고 이로 인해 남아프리카 전역의 강우량이 주기적으로 변화했음을 밝혔다.

기후변화로 약 13만년 전에 발상지 북동쪽인 잠비아·탄자니아 지역에서 약 11만년 전에 남서쪽인 나미비아·남아공 지역으로 녹지가 형성돼 이주가 가능한 환경이 갖춰진 것이다. 이는 유전학적으로 분석한 이주 시기와 경로와도 일치했다.

악셀 팀머만 IBS 단장은 “호주 유전학자들이 유전자를 채취해 분석하고, IBS의 기후물리학자들이 고기후를 재구성해 인류 첫 이주에 대한 최초 증거를 찾을 수 있었다”면서 “이 연구는 유전학적 증거와 기후물리학을 결합해 초기 인류의 역사를 다시 썼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L0 외 다른 혈통의 이주경로도 추적해 인류 조상들이 어떻게 전 세계로 퍼져나갔는지, 기후변화와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초기 인류 역사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갈 계획이다.

이번 연구 결과는 29일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 온라인판에 실렸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