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과 같았다” 실감…깜깜이 남북 평양 축구 실제 영상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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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10월 17일 18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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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을 치르는 것 같았다”는 최영일 대한축구협회 부회장의 토로처럼, 벤투호는 북한 선수들의 거친 플레이에 고전을 거듭했다. 경기는 파울로 셀 수 없이 끊길 정도로 격렬했고 후반들어 반전을 꾀했지만 이렇다 할 찬스 없이 결국 골을 만들어내지 못했다.

대한축구협회는 17일 오후 3시30분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북한과의 원정 경기 영상을 공개했다. 축구협회는 생중계는 물론 녹화중계까지 무산되자 보도 목적으로 북한전 전체 경기 영상을 상영했다.

벤투호는 지난 15일 오후 평양 김일성 경기장에서 열린 2022 국제축구연맹(FIFA)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 조별리그 H조 3차전 북한과의 원정 경기에서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예상보다 거칠었던 북한…한국, 전반 졸전 끝 주도권 내줘

벤투 감독은 이날 오전 귀국 인터뷰에서 “많은 어려움 속에서 경기했다. 상대가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못 하게 했다. 특히 전반에 경기가 안 풀렸다”고 평가했다.

벤투 감독의 말처럼 한국은 전반에는 고전했다. 북한 선수들은 주로 후방에서 한 번에 올리는 크로스를 통해 경기를 풀어나갔는데, 전반 초반부터 박광룡과 리용직이 헤딩 경합 때 팔꿈치를 쓰는 등 거칠게 나왔다. 한국 수비가 빌드업할 때도 북한은 거침없이 빠르게 압박했다.

한국이 조금이라도 파울을 하면 북한 선수들이 곧바로 달려들어 항의했다. 전반 10분 만에 두 팀 선수들이 맞붙는 상황이 나왔다. 전방에서 나상호가 헤딩 과정에서 손을 써 리용철을 밀자 순식간에 북한 선수 10명이 나상호를 향해 돌진했다.

이 과정에서 황인범이 북한 선수에게 뺨을 한 대 맞았고 김영권 등 한국 선수들도 달려들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이후 경합 상황에서도 북한 선수들은 발을 빼지 않고 거친 플레이를 연달아 선보였다.

전반 15분 북한이 첫 슈팅을 기록했다. 오른쪽 측면에서 리은철이 올린 공이 김진수 발에 맞고 골대로 향하면서 김승규가 어렵사리 쳐냈다.

전반 중반부터 북한은 수비라인을 내려 수비벽을 두껍게 했다. 한국은 이재성, 황인범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했지만 번번이 차단됐다. 북한이 수비를 단단히 하자 한국은 황인범이 전반 25분 왼발 중거리슈팅을 시도했지만 크로스바 위를 살짝 벗어나고 말았다.

전반 30분 북한의 첫 경고가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김문환과 이재성이 2대1 월패스를 하는 과정에서 돌파를 허용한 리용직이 김문환의 다리를 뒤에서 걸었고 카타르의 압둘라흐만 알 자심 주심은 곧바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후 경기도 전반 초반 양상과 비슷하게 흘러갔지만 전반 막판 오히려 북한이 레바논과의 1차전에서 멀티골을 터뜨린 정일관이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왼발슛으로 유효슈팅을 날렸고 GK 김승규의 선방에 막혔다.

◇기세 살아난 한국, 흐름 탈 때마다 거친 파울로 끊은 북한

벤투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나상호 대신 황희찬을, 후반 20분 황인범 대신 권창훈을 투입해 변화를 줬지만 후반 2분 만에 박광룡에게 돌파에 이은 슈팅을 허용했다. 박광룡의 슈팅은 크로스바를 살짝 벗어나 위기를 넘겼다.

북한은 이후 거센 전방 압박을 선보였고 한국은 볼 점유율을 높이며 페이스 찾기에 열중했다. 하지만 휘슬이 너무 잦았다.

벤투 감독은 “후반에 포메이션을 4-4-2에서 4-3-3으로 바꾼 뒤 다소 경기력이 나아졌지만 상대가 너무 거친 플레이를 했다. 그 때문에 주심의 판정으로 흐름도 자주 끊겼다”고 토로했다.

황희찬과 권창훈 투입 후 한국은 기세를 탔다. 후반 중반 김진수의 크로스를 받은 황희찬이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고, 이어진 슈팅 기회에서 김문환의 오른발 슈팅도 골키퍼 손에 걸렸다.

한국이 점유율과 함께 슈팅 찬스를 연이어 만들자 북한은 파울과 함께 경기장에 드러누우면서 시간을 보내려는 모습도 여러차례 보였다.

후반 34분 김신욱이 들어온 뒤 한국은 라인을 더욱 끌어 올려 북한을 압박했다. 하지만 이렇다 할 결정적인 찬스를 얻지 못하고 득점 없이 평양 원정을 마쳤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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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칭하는 김승규. (대한축구협회 제공)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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