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1등 당첨금 선뜻 나눈 형이었는데…담보이자 문제 다투다 동생 살해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3일 2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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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1등에 당첨된 형은 동생에게 집을 사는 데 보태라며 선뜻 돈을 건넸다. 형제애는 동생의 집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의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비극으로 끝났다.

전북 전주완산경찰서는 13일 동생을 살해한 혐의로 A 씨(58)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A 씨는 11일 오후 4시 9분경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49)의 목과 등을 흉기로 수차례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주변 상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붙잡혔고 동생은 119구급대의 도움을 받아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숨졌다. 이 사건은 숨진 동생의 아내와 초등학교 1학년 딸이 보는 앞에서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약 10년 전 로또 1등에 당첨됐다. A 씨는 당첨금으로 받은 8억 원 중 1억4000만 원을 동생에게 건넸다. 동생은 이 돈을 집을 사는 데 보탰다. 형제의 우애가 남달랐다.

하지만 형이 복권 당첨금 일부를 투자해 운영하던 식당이 어려워지면서 비극이 움텄다. A 씨는 잘되던 식당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하자 동생의 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600만 원을 빌렸다.

A 씨는 이 돈으로 재기를 노렸지만 어려워진 식당 사정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매달 은행에 내야 하는 25만 원의 대출금 이자도 내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경찰 관계자는 “대출금 이자를 동생이 내주기도 했는데 연체되다 보니 다툼이 잦았다”고 말했다.

결국 사건 당일에도 대출금 이자 문제를 놓고 동생과 전화로 다툰 A 씨는 흉기로 동생을 해치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넜다. A 씨는 경찰에서 “술을 마시고 전화로 동생과 다투다 서운한 말을 해서 홧김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전주=박영민 기자 minpres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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