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한국, 무기구입 큰 고객”… 文대통령 3개년 구매계획 밝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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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회담]美 무기세일즈에 주파수 맞춘 한국

“한국이 우리의 군사 장비를 구매하는 큰 고객(largest purchaser) 중 하나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 부분에 대해서도 논의할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마주 앉자마자 이같이 말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 등 핵심 현안 못지않게 한국의 미국 무기 구입에 큰 관심이 있다며 ‘비핵화 청구서’를 가감 없이 드러낸 것. 문 대통령 역시 향후 3년 동안의 무기 구입 계획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설명하며 주파수를 맞췄다.

한미 정상이 미국 무기 도입을 강조하고 나선 것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각국 정상을 만날 때마다 적극적으로 ‘무기 세일즈’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1 관심사는 미국 국내 경제 활성화이고, 군수 산업은 대표적인 미국 내 제조 업종이다.

‘자주 국방’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 역시 최신 무기 도입을 통한 국방 역량 강화에 큰 공을 들이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기 내에 전시작전통제권 환수를 목표로 하고 있는 청와대는 “한국의 국방 역량 강화가 한미 동맹의 강화로 직결될 것”이라는 기조를 앞세우고 있다.

여기에 청와대가 무기 구매 의사를 적극적으로 밝힌 것은 이날 서울에서 첫 회의를 시작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과 관련한 선제적 대응 성격도 있다. 미국 무기 구입을 통해 국방 역량 강화와 한미 동맹 공고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게 청와대의 복안인 셈이다.

다만 무기 구입은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 변수다. 최강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남북 체제 보장과 평화를 논의하는 상황에서 무기 구매 3개년 계획을 밝힌 것은 북한에 비난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8월 우리 군의 F-35 스텔스 전투기 등 최신 무기 도입과 관련해 “첨단살인장비의 지속적인 반입은 남북 공동선언과 남북 군사 분야 합의서를 정면 부정한 엄중한 도발”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청와대는 국방 예산 확충을 통해 신형 무기 도입을 계속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군은 이미 F-35A 스텔스전투기(40대·7조3400억 원)를 비롯해 고고도 무인정찰기인 글로벌호크(4대·1조1000억 원)를 도입 중이다. 지난해에는 차기 해상초계기로 P-8 포세이돈(6대·1조9000억 원)을 수의계약 방식으로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 세 가지만 해도 10조 원이 넘는 물량이다.

여기에 향후 3년 동안 도입될 신형 무기로는 전차와 병력 등 적 지상 표적 600여 개를 250km 밖에서 동시 추적하는 지상감시정찰기(조인트스타스)가 최우선 순위로 거론된다. 군은 약 1조5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2023년까지 지상감시정찰기 4대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이지스함 발사용 SM-3 요격미사일과 대잠수함 작전용 MH-60R 해상작전헬기, 적 레이더와 방공망을 무력화하는 EA-18G 전자전기 등도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 밖에 F-35A 스텔스기와 아파치 공격헬기, 조기경보기의 추가 도입까지 추진될 경우 향후 한국이 구매할 미국 무기는 10조 원이 훌쩍 넘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윤상호 군사전문기자

#한미 정상회담#미국 무기세일즈#비핵화 청구서#신형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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