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원 일요휴무’ 다시 꺼낸 조희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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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선택권 침해, 개인교습 확산 등 ‘풍선효과’ 우려 그대로 둔 채
서울교육청, 본격 공론화 착수… 여론조사 등 거쳐 11월 권고안 확정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학원 일요휴무제’ 재추진 방침을 공식화했다. 사교육 경감을 목표로 일요일에 학원 문을 닫는 이 제도는 2014년 조 교육감의 선거공약이었으나 현실성이 낮다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조 교육감의 첫 임기 때 무산된 정책이다.

조 교육감은 18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여러 우려가 있지만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시민의 의견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며 “공론화를 통해 일요휴무제 도입이 결정되면 이후 부작용 대책과 법제화 등을 논의하겠다”고 발표했다. 학원 일요휴무제는 일요일 하루만이라도 학생들이 학원에 가지 않고 쉴 수 있게 해주고 싶다는 취지로 조 교육감이 내놓은 핵심공약이었다.

서울시교육청은 이달 20일부터 다음 달 15일까지 온라인과 전화를 통한 사전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조사대상은 2만3500명 규모다. 27일에는 전문가와 학원 관계자 등 100명가량을 대상으로 열린 토론회를 진행한다. 다음 달 22일에는 학생과 학부모, 교원단체 관계자 등 500명 안팎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연다. 여기에 더해 서울시교육청은 총 200명(학생 40%, 학부모 30%, 교사 15%, 시민 15%) 규모의 시민참여단을 구성해 다음 달 26일과 11월 9일 각 7시간씩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조사 및 토론결과를 바탕으로 11월 중 학원 일요휴무제에 대한 권고안이 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6월 이 정책의 효과를 검증하는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내년 초 결과가 나오면 권고안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2, 3월경 최종 결론을 내리겠다는 게 서울시교육청의 방침이다.

조 교육감은 2014년 지방선거 때 ‘학원 격주 휴무제’ 실현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부정적인 여론이 많아 대상을 초등학생으로 한정한 ‘초등학원 일요휴무제’로 변경했지만 결국 거센 반대에 부딪혀 첫 번째 임기 중에 시행하지 못했다.

실패한 공약을 다시 꺼내들었지만 당시 논란을 빚은 것과 달라진 내용은 없다. 학원의 영업할 권리와 학생 및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을 과도하게 침해할 우려가 다시 거론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법적으로도 문제가 여전하다. 2017년 법제처는 “지방 조례로 학원 휴강일을 정할 수는 없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다. ‘학원의 설립·운영 및 과외교습에 관한 법률’(학원법)에 따라 교육감이 교습시간을 제한할 권리는 있지만, 하루를 전면 금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교육감은 “일단 시민의 뜻을 모으고 법적으로 장벽이 있다면, 그 공(과제)은 여의도(국회)로 넘기려 한다”고 말했다.

교육청 내부에서는 초등학생을 중심으로 제도를 적용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진우 쉼이있는교육시민포럼 대표는 “진짜 문제는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최소한 중학생까진 실행해야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풍선효과’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과도한 입시경쟁을 일으키는 사회적 요인을 해결하지 않는다면 학원 일요휴무제를 시행하더라도 온라인강의나 개인교습과 같은 다른 형태의 사교육을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김수연 sykim@donga.com·강동웅 기자
#학원 일요휴무제#서울시교육감#개인교습#사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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