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크루그먼 “韓, 디플레 막기 위해 과감한 조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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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9월 9일 1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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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년 경제발전 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제사회의 불균형과불확실성에 맞서 KSP의 ‘포용과 혁신’ 노하우를 공유하고, 향후 15년을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9.9.9/뉴스1 © News1
200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뉴욕시립대 교수가 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2019년 경제발전 경험공유사업(KSP)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기자간담회를 갖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서는 국제사회의 불균형과불확실성에 맞서 KSP의 ‘포용과 혁신’ 노하우를 공유하고, 향후 15년을 위한 방안들을 논의할 예정이다. 2019.9.9/뉴스1 © News1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학교 교수가 경기 부진과 디플레이션 우려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 정부가 재정 투입을 통한 과감한 조치를 펼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세계 교역의 성장으로 만들어진 글로벌 공급망이 한계를 드러내며 보호무역주의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을 우려하며 한국은 미국, 중국 외에 유럽연합(EU) 등과도 교역을 이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9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서울 호텔에서 ‘불확실성을 넘어 지식공유의 미래를 말하다’는 주제로 열린 ‘2019년 KSP(Knowledge Sharing Program) 성과공유 컨퍼런스에 참석해 이같이 밝혔다.

크루그먼 교수는 “현재 상황이 나쁘다. 앞으로의 경기를 위해서라도 한국은 장기적 전망으로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단기적 대응을 펼쳐야 한다”며 “한국은 재정적으로 봤을 때 어느 정도 경기를 부양하거나 확장적 재정 기조를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의 디플레이션 경험을 예로 들며 “디플레이션이 한국 경제에 침착되는 것을 막아야 하기 때문에 (정부의) 과감하고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지금과 같이 세계경기 전망이 어두워지는 시기에는 무엇보다 재정 확대를 통해 경기를 부양하는 것이 훨씬 더 큰 효과를 본다”며 “정책적인 개입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여러 국가가 생산 과정에서 분업하는 글로벌 공급망이 한계를 보이고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을 중심으로 보호무역주의가 크게 확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세계무역의 증가와 기술 진보라는 두 가지 현상은 글로벌 공급망이 통합되면서 이뤄졌다”며 “과거에는 국가들이 서로 간의 완제품을 교역했지만 오늘 날은 여러 단계로 나눠져 생산이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글로벌 가치사슬이 비용 절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혜택을 가져왔다”며 “생산을 비교 우위가 있는 국가에 다양하게 배치하면서 글로벌 생산 체인이 생기고 이것이 지식의 확산을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하나의 완제품이 만들어지는 데 여러 나라가 참여하면서 지식이 이전되고 그것이 세계적인 경제 발전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는 “지금의 초세계화(hyperglobalization)는 한계에 도달했다”며 “공급망이 너무 복잡하고 길어지면서 물류에 문제가 되고 기업도 공급망 사슬이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점을 자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공급망의 글로벌화가 멈춘다면 지식 이전도 멈춰 세계경제 성장의 추동력을 잃게 된다”며 “지금 우리는 2차 세계대전 이후로 보지 못한 보호무역주의의 대두를 보고 있다. 보호무역주의는 얼마든지 확산될 여지가 있다”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한국의 입장에서는 무역 분쟁에서 떨어져 글로벌 교역망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분쟁에서) 빠질 수는 있다”며 “한국은 제3자인 유럽연합(EU)과도 교역을 하며 최대한 글로벌 교역망에 남아있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아는 글로벌 공급망이 끝나지는 않을 것이지만 무역분쟁 등 (공급망 붕괴를) 촉진하는 정책이 들어오면 파괴될 수도 있다”며 “한국은 미국이나 중국의 교역 일원으로 남는 것보다는 글로벌 체인을 활용하면서 교역을 이어나가는 노력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미·중 무역분쟁 심화가 중국 또는 아시아의 경제 위기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그는 중국 경제에 대해 “오래 전부터 중국의 투자와 소비를 보면 여러가지 불균형을 가지고 있는 경제”라며 “그동안 중국 정부가 여러 개입을 해서 경기 불안을 막은 것은 사실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언젠가는 중국 경제가 나빠지는 티핑포인트가 올 수도 있다”며 “미·중 무역분쟁이 커지면 그것이 티핑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크루그먼 교수는 중국뿐만 아니라 유럽 경제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경기 불황이 시작됐다. 세계경제를 무너뜨리는 하나의 커다란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에서 얻은 교훈이 있다면 위험 요소는 어디서든 우리가 모르는 곳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이날 컨퍼런스에서는 KSP 협력국의 경제성장 불균형 해소를 위한 생산성 혁신 방안 및 지식공유 역할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KSP 사업은 한국의 경제 발전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협력국에 정책 자문을 제공하는 지식 공유 사업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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