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파기에 충격 받은 日…고노 외상, 한국 대사 초치해 강력 항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2일 23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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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고노 대사의 남관표 대사 초치 현장.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지난 7월 고노 대사의 남관표 대사 초치 현장.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한국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에 대해 일본 정부와 언론은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한국의 GSOMIA 종료 발표 직후인 오후 6시 반 총리 관저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냐”는 기자단의 질문에 왼 손을 한 번 올리고 입을 굳게 다문 채 아무 말 없이 총리 관저를 빠져나갔다.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이날 오후 9시 반 남관표 주일한국대사를 외무성으로 초치해 “협정과 일본의 수출 관리(규제 강화)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두 사안을 연계한 것은 비합리적인 결정”이라고 항의했다. 저녁 늦은 시간의 대사 초치는 극히 이례적이다. 외무성을 출입하는 한 일본 기자는 “지금까지 심야에 대사를 불러 항의한 사례가 없었다”며 “한국에 대한 극도의 분노를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과 군사 정보를 밀접하게 주고받고 있던 방위성도 충격에 빠졌다. 방위성 간부는 NHK와 인터뷰에서 “믿을 수 없다. 한국이 대체 왜 이렇게 하는 걸까. 한국 측의 주장을 냉정히 분석해야겠다”고 말했다. 방위상을 지냈던 에토 세이시로(衛藤征士郞) 자민당 외교조사회장은 “고립돼서 곤란한 것은 한국뿐”이라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도 일제히 협정 종료 발표를 전했다. NHK는 이날 오후 6시 22분 경 자막으로 긴급 속보를 전하고 정규 방송을 중단한 채 2번에 걸쳐 총 10여 분간 관련 뉴스를 내보냈다. NHK는 “문재인 대통령이 일본과 대화를 모색하겠다고 강조했고 최근에는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장관이 방한해 한미일 안보 협력에 협정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상황에서 결국 파기 결정을 내렸다”며 “안전보장 협력 체제에도 영향이 번졌다”고 우려했다. 아사히신문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대상국가)’ 제외 조치 등에 대항해 협정을 파기해야 한다는 여론을 문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일본에서는 협정의 연장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양국 관계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지만 (한국과) 연계해야 할 과제는 연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와야 다케시(岩屋毅) 방위상도 “협정은 안보 정세분석, 사태 대처를 가능케 해 한일 양국에 유익하다”고 강조했다.

한국 정부의 협정 종료 결정에 따라 28일로 예정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개정 정령(시행령)도 예정대로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안도 히사요시(安藤久佳) 경제산업성 사무차관은 이날 보도된 닛칸고교(日刊工業) 신문 인터뷰에서 ‘한국이 그룹A(화이트리스트)로 복귀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룹A로 돌아갈 것 같은 ‘풍경’(風景)이 내겐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본 관리들의 잇단 화이트리스트 배제 언급이 한국의 강경한 조치를 불렀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 정부가 이날 GSOMIA 종료를 결정하면서 일본이 이 협정을 맺은 나라 및 기구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프랑스, 호주, 영국, 인도, 이탈리아 등 7곳으로 줄게 됐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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