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우여곡절 겪는 ‘루원시티’ 조성사업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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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사업 후 기반시설 못 끝내 아파트-상업용지 단계적으로 분양
엉뚱하게 사업 진행되며 주민 불만… 강제퇴거 일부 주민들 소송내기도

입체복합도시를 조성하려다 사업방식을 바꿔 사업용지를 분할 매각하고 있는 인천 서구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구역. 이곳에 살다 강제 퇴거된 원주민들은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재정착 희망이 사라졌다”며 법적 소송을 10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입체복합도시를 조성하려다 사업방식을 바꿔 사업용지를 분할 매각하고 있는 인천 서구 루원시티 도시개발사업구역. 이곳에 살다 강제 퇴거된 원주민들은 “부당한 행정처분으로 재정착 희망이 사라졌다”며 법적 소송을 10년 가까이 진행 중이다. 김영국 채널A 스마트리포터 press82@donga.com
인천시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 시행하는 인천 서구 가정동 일대 ‘루원시티’ 조성사업이 우여곡절을 겪으며 10년 넘게 어렵사리 추진되고 있다. 경인고속도로 서인천나들목과 가까운 가정오거리 주변 93만3916m²의 도시개발사업지구에 있던 연립주택, 아파트, 단독주택, 상가를 철거하고 첨단복합도시를 만들고 있는 가운데 이곳에서 쫓겨난 원주민들의 원성이 좀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2006년 루원시티 사업계획을 처음 발표한 인천시는 2012년경 1조9000억 원대의 보상금 지급작업을 마무리하고 도시건설을 시작했다. 그러나 기반시설 공사를 아직까지 끝내지 못했고, 아파트 및 상업용지 분양이 단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 지역에 살던 주민들은 당초 계획과 다른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면서 기대했던 상업시설이나 아파트 입주가 어려워지자 허탈해하고 있다.

이들 중 1980년대부터 가정동에서 작은 연립주택에 살던 A 씨는 어려운 처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상을 거부하던 A 씨는 2012년 11월 강제 퇴거된 이후 여전히 시와 법적 소송을 벌이고 있다. 그는 “시세의 60% 정도로 책정됐던 보상가를 받을 수 없었고, 법원에 공탁된 보상금을 아직 수령하지 않고 토지수용처분 취소소송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법원의 명도집행으로 강제로 집에서 쫓겨났고, 같이 살던 노모가 이듬해 충격 여파로 숨을 거두는 시련을 겪기도 했다.

생활대책지원 대상이었던 B 씨도 불만이다. 그는 “보상받고 다른 곳에서 살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정착하기 어려웠고, 사업이 잘 안 돼 폐업을 했다. 가정동에 살 때가 좋았다”며 한숨을 쉬었다. 같은 처지인 C 씨도 “인천시가 입체복합도시를 만들어 재정착하도록 한다는 말을 믿고 보상에 응했다”며 “10년 넘게 사업 진척이 이뤄지지 않아 이제 재정착할 여력을 잃었다”고 토로했다.

시는 2006년 8월 가정오거리 일대를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한다고 고시했다. 이곳의 소유주 8000여 명에 대한 보상과 함께 철거작업을 한 뒤 지하 3층 지하고속화도로, 지하 1층 지하도상가, 지상에 고층 빌딩의 랜드마크타워를 갖춘 입체복합도시를 건설하기로 했다. 이 계획이 제대로 추진되지 않자 2014년 이후 민간에 사업구역 용지를 분할 매각하고 있다.

소유자 상당수가 당초 계획을 믿고 보상에 응했으나 1000여 명이 보상가에 반발해 철거를 거부했다. 시는 19차례의 명도소송을 거쳐 보상 불응자의 토지와 건물을 강제로 수용해 철거했다.

감사원은 2009년 감사를 통해 루원시티 행정절차 중 규정 위반사항을 적발했다. 경인고속도로 직선화와 같은 루원시티 내 주요사업에 대한 관계기관(당시 국토해양부와 인천시 등) 협의를 거치지 않고 도시개발구역 지정을 한 행정처분이 잘못됐다며 인천시에 주의통보를 했다.

강제 퇴거한 주민들은 이를 근거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인천시 관계자는 “관계기관 간 합의를 하지 못한 건 사실이지만 도시개발사업 추진을 못할 정도의 결격사유는 아니었다”며 “부동산경기 악화 영향으로 사업이 지체됐으나 이제 정상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시는 현재 사업구역 중 약 60%를 공용주택 용지로 매각했고, 중심상업용지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분양 중이다. 청라국제도시로 이어지는 경인고속도로 직선도로와 서구청 방향의 서곶로 등 기반시설을 내년 12월 중 완료할 계획이다. 또 인천시교육청, 인천국세청 등 공공기관을 유치해 행정타운을 조성하려고 한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
#루원시티#입체복합도시#강제 퇴거#공용주택 용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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