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 이익만 목표 아니다” 美기업 ‘사회적 책임’ 선언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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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기업 CEO 181명 성명서

JP모건체이스의 제임스 다이먼,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제너럴모터스(GM)의 메리 배라, 보잉의 데니스 뮬런버그….

‘주식회사 미국(Corporate America)’을 대표하는 유명 최고경영자(CEO) 181명이 19일(현지 시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내년 미 대선을 앞두고 일각에서 불고 있는 사회주의 바람을 차단하고 불평등 문제를 해결해 자유시장 경제를 수호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CEO 188명이 속한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T)은 이날 “고객들에게 가치를 전달하고 보상 및 교육 등 직원 투자를 강화하며 납품업체를 공정하게 대하고 지역사회를 지원하며 주주를 위한 장기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기업의 최우선 고려 대상을 ‘주주(shareholder)’에서 ‘이해관계자(stakeholder)’로 확대해 ‘포용적 번영(inclusive prosperity)’을 이루겠다는 의미다. 분식회계 논란에 휩싸인 래리 컬프 제너럴일렉트릭(GE) CEO 등 7명은 참여하지 않았다.

1972년 설립된 BRT는 3∼4년에 한 번씩 성명서를 발표해 왔다. 특히 올해 성명서에는 1997년부터 기재됐던 “회사는 주주를 위해 존재한다”는 주주 우선 원칙이 폐지됐다. 이들은 “모든 미국인은 노동과 창의성을 통해 성공하고 각자 삶의 의미와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경제 활동을 누릴 가치가 있다”며 ‘전 미국인을 위한 경제(An Economy that serves all Americans)’도 명시했다.

다이먼 JP모건체이스 CEO는 별도의 보도자료에서 “아메리칸드림이 점점 옅어지고 있다. 기업이 장기적으로 성공할 방법은 근로자와 지역사회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4월 주주 서한에서도 “자본주의 결함을 보완하기 위해 강력한 사회안전망을 갖춰야 한다. 또 민간 기업은 어느 나라에서든 진정한 성장엔진이며 성공한 대기업 없이 부강해진 나라는 없다”고 주장했다.

영국에서도 비슷한 기류가 감지된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초 영국 정부는 2022년부터 상장기업 및 펀드의 연차 보고서에 기후변화 영향을 의무적으로 기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올해 1월에는 연기금이 환경과 사회 문제를 중시하는 기업에 우선 투자할 수 있도록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 의결권 행사 지침)도 강화했다. 주주 이익 및 단기 실적만 추구하다 자본주의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적 우려가 담겼다.

WSJ는 이날 성명서가 ‘시장경제학의 대부’ 밀턴 프리드먼의 주주 가치 극대화 이론에서 벗어나는 중대한 철학적 전환을 이뤘다고 평했다. 뉴욕타임스(NYT)도 “기후변화, 임금 불평등, 근로조건 등 공통의 문제에 직면한 주요 CEO들이 오랜 원칙을 변경하기로 했다. 사회적 감시에 대해 ‘무언의 인정’을 한 셈”이라고 풀이했다.

민주당의 주요 대선 주자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해 온 버니 샌더스(버몬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매사추세츠)은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둘은 일제히 “환영할 만한 변화이나 실질적인 계획과 행동이 없으면 무의미하다”고 밝혔다. 래리 서머스 전 재무장관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세금 및 규제 개혁을 저지하려는 전략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들 CEO가 미국식 자본주의의 최대 수혜자로 막대한 연봉을 받아왔다는 점도 논란거리다.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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