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고는 살인이다” 외쳤던 정동영, 당직자 상대로 정리해고 추진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0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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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정치 탈당 후 구조조정 칼 빼들어
당직자들 항의 빗발치자 2차면담 공지
당직자들, 대표면담·구조조정 원칙 공개 요구
지난 19일 노조 설립 신고…향후 노조차원 대응

“해고는 살인입니다. 증인은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서 해고가 무엇인지 모릅니다. 사람을 죽이지 말라고요 더 이상!”

2011년 8월18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진행한 한진중공업 사태에 대한 청문회에서 당시 정동영 민주당 의원이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에게 건넨 말이다.

해고는 살인이라고 했던 정동영 의원은 8년이 지난 2019년 8월20일, 민주평화당의 대표로서 자신이 대표로 있는 정당의 당직자들을 향해 구조조정이라는 명목의 무분별한 정리해고를 진행하고 있다. 평화당은 당초 이날 오후 6시를 권고사직 제출 시한으로 잡았다가 당직자들의 항의가 거세지자 주춤한 듯 2차 면담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당 다수 관계자들에 따르면 당내 비상운영 태스크포스(TF)는 이날 오전부터 당직자들을 상대로 면담을 진행했다. 평화당 당직자는 사무처와 민주평화연구원을 포함해 28명이다. 이중 계약직과 임기제 당직자를 빼면 24명이다.

면담은 최근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 연대’(대안정치) 의원 9명의 탈당으로 당 재정상황이 악화됐고 이에 따라 구조조정을 시행한다는 내용이었다. 오전에 진행된 면담에서 이날 오후 6시까지 권고사직 서류를 작성해 제출하면 실업급여와 2개월분의 급여를 지급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구조조정 명단에 이름이 오를 것이라고 했다고 당 관계자는 설명했다.

당직자들은 이러한 당 TF의 조치에 대해 반발했다.

우선 TF가 밝힌 당 재정상황 악화는 구조조정 사유로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당직자들은 대안정치 의원들이 탈당 시기를 이달 12일에서 16일로 옮기면서 현 평화당은 5명의 의원이 활동 중임에도 지난 14일 6억4000만원 상당의 정당 보조금을 지급 받았기 때문에 재정악화의 이유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권고사직 신청 시 실업급여와 2개월분의 급여를 지급한다고 한 것과 관련해 권고사직 신청과 관계없이 당연히 지급돼야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실업급여는 희망퇴직 등 인위적인 퇴직인 경우 당연히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또 TF가 언급한 2개월분 급여의 기준도 일관성이 없다. 누군가에는 9월 급여와 명절 상여금(급여 100%)으로, 누군가에겐 9·10월 급여 등으로 각기 다른 설명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상 해고통지는 30일 전 예고해야 한다. 때문에 9월 급여와 9월 중순에 있는 추석 명절에 대한 상여금이든 9·10월 급여든 당연히 지급돼야 할 부분이라는 것이 대부분의 해석이다.

당직자들 사이에서는 무엇보다 이날 면담을 통해 처음으로 구조조정에 대한 내용을 전하면서 당일 오후까지 결정해 제출하라는 것도 어불성설이라는 반응이다.

실제 근로기준법 제26조는 ‘해고의 예고’ 항목에서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경영상 이유에 의한 해고를 포함)하려면 적어도 30일 전에 예고해야 하고, 30일 전 예고를 하지 않았을 때에는 30일 분 이상의 통상임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특히 당직자들은 지난 19일 날짜로 노동조합 설립을 신고했다. 이에 교부증을 부여받고 노조 결성의 효력이 발생되면 노조 차원에서 이번 구조조정 사태를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근로기준법상에서도 정리해고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노조와 논의를 거치도록 돼있다.

근로기준법 제24조 2항은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로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하며, 사용자는 해고를 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해야 하고 합리적이고 공정한 해고의 기준을 정하고 이에 따라 대상자를 선정해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주목할 점은 해당 조항에서 ‘해고를 피하기 위한 방법과 해고의 기준 등에 관하여 그 사업 또는 사업장에 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있는 경우에는 그 노동조합(근로자의 과반수로 조직된 노동조합이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과반수를 대표하는 자. 근로자대표)에 해고를 하려는 날의 50일 전까지 통보하고 성실하게 협의하여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당직자들은 TF 등 평화당을 향해 ▲대표 및 사무총장과의 면담 ▲구조조정에 대한 원칙과 기준 공개 ▲노조 차원의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TF측은 당직자들의 쏟아지는 항의에 정동영 대표에게 현 상황을 보고한 뒤 2차 면담을 진행할 계획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중공업 사태는 2010년 12월20일부터 2011년 11월10일까지 한진중공업 노동조합이 사측의 대규모 정리해고에 맞서 1년 가까이 이어간 총파업 사태를 말한다.

총파업은 부산 영도의 한진중공업 조선소 생산직 1158명의 3분의 1이 넘는 400명을 정리해고 하면서 시작됐다. 노조는 전면 철회를 주장하며 2011년 1월6일부터는 고공농성도 시작했다. 같은해 6월11일에는 한진중공업 노조를 지원하기 위해 전국에서 모인 희망버스가 조선소 내부 진입을 시도하다 이를 제지하던 용역 직원들과 충돌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총 5차례의 희망버스가 운행됐다.

정 대표는 당시 희망버스에 올라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며 사태 해결에 힘쓴 바 있다. 지난해 8월 정 대표가 평화당 대표에 선출된 이후 취임 일성으로 ‘정의당보다 더 정의롭게’를 외치며 첫 행선지로 택한 곳도 한진중공업이었다.

그는 청문회에 출석한 조남호 회장을 향해 “증인은 재벌의 아들로 태어나서 해고가 무엇인지 모른다. 해고 없는 인생을 살았다”며 “부당해고 당한 사람이 몇 명인가. 비정규직 자른 사람이 몇 명인가. 몇 년 전 3200명이던 한진 조합원 숫자가 지금 800명 남았다. 해고는 살인이다.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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