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옆 사진관]“아빠, 서대문(돈의문)은 어디에 있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16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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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의문. 서울 성곽의 4대문 가운데 서쪽 큰 문으로 일명 ‘서대문(西大門)’이라고도 한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돈의문. 서울 성곽의 4대문 가운데 서쪽 큰 문으로 일명 ‘서대문(西大門)’이라고도 한다. 서울역사박물관 제공.
“아빠! 서대문이 어디에 있어요?”

제가 어렸을 때 5호선 서대문역에 내렸을 때 아버지께 물어본 얘기였습니다. 동대문도 있고 남대문도 있고 광화문도 있는데 아무리 주위를 둘러봐도 서대문은 없었거든요.

일제가 1915년 전차선로를 늘리겠다며 서대문인 ‘돈의문’을 성곽과 함께 허물어버렸기 때문입니다.

10년 전 발표됐던 돈의문 복원 예정 위치.
10년 전 발표됐던 돈의문 복원 예정 위치.


10년 전 서울시는 돈의문을 원래 위치인 강북삼성병원 옆 정동사거리에 복원시킨다고 발표했었습니다. 시야 확보를 위해 서대문 고가차도도 철거됐죠.

그러나 생각만큼 쉽지 않았나 봅니다. 복원 과정에서 생길 종로-마포-신촌 사이에 발생할 교통난과 1000억이 넘는 비용이 문제였습니다.

의도는 좋았으나 ‘어른들의 사정’ 때문에 결국 돈의문 복원 사업은 지난 2014년 결국 무산됐습니다.

스마트폰으로도 어플을 다운받으면 증강현실(AR)을 통해 돈의문 모습을 볼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도 어플을 다운받으면 증강현실(AR)을 통해 돈의문 모습을 볼 수 있다.


대신 돈의문은 디지털로 복원돼, 증강현실(AR) 안에서 존재하게 됐습니다. 문화재청은 20일 오전 돈의문 옛터에서 기념 행사를 가졌습니다.

박물관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손을 갖다 대도 돈의문의 모습을 3D 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
박물관 앞에 설치된 키오스크에 손을 갖다 대도 돈의문의 모습을 3D 그래픽으로 볼 수 있다.
이것이 AR로 복원된 돈의문의 모습. 서울박물관 제공.
이것이 AR로 복원된 돈의문의 모습. 서울박물관 제공.
돈의문 박물관에 전시된 모형.
돈의문 박물관에 전시된 모형.

종로구 신문로 2가에 위치한 돈의문박물관마을 앞에서 키오스크, 어플 또는 VR 기기를 이용해 돈의문을 간접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으론 우리나라의 역사적인 문화재를 함부로 철거해버린 일제와 실효성 따지지 않고 복원 계획만 거창하게 발표했던 관계자들을 생각하니 아쉬움이 남습니다.

먼 훗날 제 아들도 ‘서대문’이 어디에 있냐고 물어보면 대답해줘야겠습니다.

“응 스마트폰 안에 있어~”
박물관 2층에서는 설명과 함께 VR(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돈의문 구석 구석을 체험할 수 있다.
박물관 2층에서는 설명과 함께 VR(가상현실) 기기를 통해 돈의문 구석 구석을 체험할 수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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