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용 될 필요 없다”던 조국 딸은 외고·의전원…전형적 ‘용’ 코스

  • 동아닷컴
  • 입력 2019년 8월 20일 14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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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용이 될 수도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 지난 2012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했던 말이다.

이번 법무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조 후보자의 두 자녀가 전형적 강남 부유층 자제의 코스를 밟아왔다는 내용이 수면위로 올라오면서 조 후보자의 해당 발언이 비판을 받고 있다.

조 후보자의 딸은 서울에서 외고를 나와 명문대학 이공계 계열을 거쳐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조 후보자의 아들은 서울에서 외고를 나와 현재 미국 대학에 유학 중이다.

특히 조 후보자의 딸은 진학·학업 과정에 있어 여러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조 후보자의 딸은 의학전문대학원에서 2차례 유급을 당했지만 6학기 동안 장학금을 받았다는 보도가 19일 나와 논란이 됐다. 이어 20일에는 조 후보자 딸이 고교시절, 교수·박사과정 대학원생이 참여한 논문의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사실이 확인됐다.

동아일보 취재결과, 당시 한영외고 해외진학 프로그램(OSP·유학반)에 재학 중이던 조 후보자 딸은 충남 천안시의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가량 인턴을 했다. 이후 단국대 의대 A 교수를 책임저자로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동아일보가 병리학 전문가들에게 해당 논문 검토를 의뢰한 결과 “고교생이 스스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라는 평가가 대다수였다.

조 후보자 딸은 논문 등재 1년 만인 2010년 3월 고려대 이과계열에 수시전형으로 입학했다. 조 후보자 딸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제1저자로 논문에 등재된 사실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15년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진학했다.

조 후보자는 과거 외국어고·과학고 등 특수목적고를 여러 차례 비난했었다. 그는 2007년 4월 한 매체에 기고한 글에서 “유명 특목고는 비평준화 시절 입시명문 고교의 기능을 하고 있다”며 “이런 사교육의 혜택은 대부분 상위 계층에 속하는 학생들이 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2012년 3월 2일에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리는 '개천에서 용 났다' 류의 일화를 좋아한다. 그러나 부익부 빈익빈이 심화되고 '10 대 90 사회'가 되면서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확률은 극히 줄었다”며 “모두가 용이 될 수 없으며 또한 그럴 필요도 없다”고 썼다.

또 “더 중요한 것은 용이 되어 구름 위로 날아오르지 않아도, 개천에서 붕어·개구리·가재로 살아도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라며 “하늘의 구름 쳐다보며 ‘출혈 경쟁’하지 말고 예쁘고 따뜻한 개천 만드는데 힘을 쏟자”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발언이 다시 조명 되면서 의혹의 사실 여부와 별개로 조 후보에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들이 쏟아졌다.

많은 누리꾼들은 “내 자식은 용으로 출세해도 서민은 개천의 개구리로 살며 행복을 느끼라는 말이냐”며 분노를 표했다. 일부는 최순실의 딸 정유라와 비교하며 “정유라는 체육특기생으로 금메달이라도 땄지 조국 딸은 뭐냐?”고 비판했다. 또 ‘기회는 평등할 것, 과정은 공정할 것,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을 비판하는 누리꾼들도 많았다.

자유한국당은 “스펙 관리는 남의 자식은 안돼도 내 자식은 된다는 사고의 결정판”이라며 “이렇게 앞뒤가 다른 조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은커녕 민정수석, 교육자, 공직자로서 그 모든 기본적인 수준에 미달한다”고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pt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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