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남북관계 유리그릇 다루듯 조심… 천금의 기회 살려야 ”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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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막말에 “대화 방해되는 일 줄여야”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남북 관계와 관련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남북 관계와 관련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19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대화에 도움이 되는 일은 더해가고, 방해가 되는 일은 줄여가는 상호 간의 노력까지 함께 해야 대화의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북한이 문 대통령을 겨냥해 ‘삶은 소대가리’ 등의 막말을 쏟아내고 미사일 도발을 이어가고 있는 것과 관련해 사실상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 막말 담화에 역지사지론 다시 꺼낸 文

문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남북미 간의 대화가 시작됐고 진도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라며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남북미를 비롯한 관련 국가들과 우리 모두는 지금의 이 기회를 천금같이 소중하게 여기고 반드시 살려내야 한다”며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을 다루듯 조심스럽게 한 걸음씩 나아가는 신중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상대방의 입장을 헤아리고 역지사지하는 지혜와 진정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의 언급은 한미 연합 군사훈련을 빌미로 한국을 겨냥한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 도발을 이어가며 인신모독 막말 담화를 쏟아내고 있는 북한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 북한의 도발에 무대응 기조를 유지하던 문 대통령이 북한을 향해 신중한 행동을 당부한 것은 북한의 추가 도발이 북-미 대화 재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 일각에선 한미 연합 지휘소훈련이 끝나는 20일 전후 북한이 추가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다시 한 번 평화경제를 강조하면서 “정부는 지금까지 그래 왔듯 중심을 잃지 않고 흔들림 없이 나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미사일 도발에 대한 청와대의 대응을 두고 비판이 나오고 있지만 대화 동력 유지에 방점을 찍고 평화경제 구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은 “(평화경제는) 남북 간의 의지뿐만 아니라 국제적 협력이 더해져야 하기 때문에 대단히 어려운 일”이라면서도 “평화롭고 강한 나라가 되려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일이다. 북한으로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 靑 “남북 관계, 북-미 대화와 연계”


청와대가 북한을 향해 ‘깨지기 쉬운 유리그릇’과 ‘역지사지론’을 꺼내든 것은 1차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 위기를 맞았던 지난해 5월 이후 처음이다. 당시 리선권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장은 한미 연합 공중훈련인 ‘맥스선더’ 훈련에 “상식 이하로 놀아대고 있다”는 등의 비난을 쏟아내며 남북 고위급 회담을 무기한 연기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이 대미(對美) 비난 성명을 내놓으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발표했지만 판문점 원포인트 남북 정상회담을 계기로 북한이 태도를 바꾸면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으로 국면이 급반전됐다. 문 대통령이 “지금의 대화 국면은 그냥 온 것이 아니다. 남북미 지도자들의 의지와 결단에 힘입어 기적처럼 어렵게 만들어낸 것”이라며 “이 기회가 무산된다면 언제 다시 이런 기회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북한이 16일 “남조선 당국과 다시 마주 앉을 일이 없을 것”이라고 밝힌 만큼 당시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는 지적도 나온다. 평화경제론에 막말 담화로 응수한 북한이 미국과의 직접 협상 의지를 앞세우고 있기 때문. 문 대통령은 이날 “남북미 간 대화가 시작됐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비핵화 대화에 한국의 자리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번(6월) 한미 정상이 톱다운 방식의 문제 해결을 약속했고 큰 기조에 있어서는 변화가 없다”며 “북-미 대화에 진전이 있다면 남북 간 대화도 가속, 촉진될 수 있는 연결고리가 있다”고 말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문재인 대통령#북한#막말 담화#역지사지#한미 연합훈련#평화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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