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50년간 금리역전은 ‘R의 전조’… 글로벌경제 공포감 고조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1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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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장단기 국채금리 12년만에 역전

충격의 뉴욕 증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증권 거래인이 장중 전광판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날 미 장단기 금리 역전과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800.49포인트(3.05%) 하락해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신화 뉴시스
충격의 뉴욕 증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한 증권 거래인이 장중 전광판을 걱정스러운 시선으로 쳐다보고 있다. 이날 미 장단기 금리 역전과 세계 경기 침체 우려로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800.49포인트(3.05%) 하락해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뉴욕=신화 뉴시스
세계 경기 침체(Recession) 우려로 1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증시가 올해 최대 낙폭인 3.05% 하락했다. 독일과 중국의 경기지표 부진에 2007년 6월 이후 12년 만에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2년 만기 국채보다 낮은 장·단기 금리 역전까지 나타나자 투자자들의 공포 심리가 극도로 높아졌다. 하루 전 미국이 대중국 관세 일부를 3개월 반 연기한다는 발표에 따른 훈풍은 사라졌다. ‘R(경기 침체)의 공포’만 횡행하고 있다.

이날 투자자들은 은행과 제조업 등 경기 민감주를 팔고 안전 자산인 미 국채와 금 등으로 몰렸다. 미 대표 금융회사인 씨티그룹과 JP모건체이스 주가는 각각 전일 대비 5.3%, 4.2% 떨어졌다. 항공기 제조회사 보잉도 3.7% 하락했다. 뉴욕상업거래소의 금값도 0.2% 오른 온스당 1530.95달러였다. 금값은 올 들어 약 20%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투자자들의 경제에 대한 믿음이 흔들리고 있다. 과거 50년간 모든 경기 침체에 앞서 금리 역전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로 세계 무역경기의 동향에 민감한 독일과 중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독일의 2분기(4∼6월) 성장률은 0.1% 감소했다. 지난해 3분기(7∼9월) 이후 3개 분기 만의 역성장이다. 독일 경제의 약 47%를 차지하는 수출이 둔화된 영향을 받았다. 중국의 7월 산업생산증가율(4.8%)도 2002년 이후 17년 내 최저치다. 독일과 중국은 무역 및 투자 면에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중국 경기가 후퇴하면 독일의 자동차와 부품 수출도 타격을 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미국 프랑스에 이어 독일의 3번째 수출시장이다. 독일 경제의 3분기 전망도 좋지 않다. 최근 유럽경제연구센터(ZEW)가 발표한 독일의 8월 경기기대지수는 ―44.1로 2011년 11월 이후 8년 내 최저치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이 경기 침체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공격적인 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힘을 얻고 있다. WSJ는 “연준이 9월에 금리를 0.50%포인트 인하할 것이란 월가 예상치가 하루 전 4%에서 약 20%로 올랐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여름 휴가철을 맞아 거래량 감소에 따른 증시 변동성이 커졌다며 금리 역전에 따른 침체 공포가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하지만 WP는 “금리 역전이 재앙의 전조인지 일시적 현상인지는 불분명하나 2008년 세계 금융위기 때와 달리 각국 지도자들은 일치단결해 둔화를 막는 대신 서로 멱살잡이를 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15일 아시아 증시도 대부분 하락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1.21% 내린 20,405.65엔에 마쳤다. 호주와 대만 증시도 각각 3.00%, 0.96% 내렸다. 반면 하락 출발했던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25% 오른 2,815.80에 마감했다. 미국 경기 침체 우려로 양국 무역전쟁의 수위가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반영됐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 이건혁 기자
#세계 경기 침체#뉴욕 증시#국채금리#글로벌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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