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금·달러 사야하나”…불안한 투자자들, 설명회마다 ‘북적’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8일 22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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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1
“미국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는데, 한국은 어떻게 되는 거죠?”

“지금이라도 달러나 금을 사두는 게 좋을까요?”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증시가 요동치자 투자자들의 속이 까맣게 타들어가고 있다. 이미 가치가 많이 올랐지만 안전자산인 달러나 금을 매입해야 하는지 금융사 PB센터에 문의하는 사람이 급증하는가 하면 은행과 증권사의 투자설명회는 자리가 없을 정도다.

● 불안한 투자자들, 설명회마다 ‘북적’

본보 기자가 7일 오후 찾은 경기 고양 미래에셋대우 일산WM의 투자세미나에는 60여명의 고객이 찾았다. 예상보다 사람이 많이 몰리자 직원들은 부랴부랴 의자를 추가 배치했다. 주부 김모 씨(49)는 “한국만 어수선한 게 아니라 글로벌 시장이 다 흔들리니 너무 불안하다”며 “전문가가 현안 점검을 해준다고 하니 공부라도 해보려는 마음에 나왔다”고 말했다. 60대 노부부 역시 “1997년 외환위기도 겪은 만큼 이번 혼란도 지나갈 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지만, 솔직히 힘든 것이 사실”이라며 어두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일부 투자자들은 기자가 다가가자 “할말이 없다”라고 손사래를 치기도 했다. 최근 증시 폭락으로 마음고생이 심하다는 뜻으로 보였다.

투자자들의 마음을 더 무겁게 만드는 것은 이 같은 시장의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모른다는 점이다. 이날 강연자로 나선 미래에셋대우 한상춘 전문위원은 “일본 경제보복이나, 미중 무역 분쟁이나 미래의 ‘국부(國富)’를 둘러싼 전쟁인 만큼 쉽게 해결되기 힘들다”며 “이번 사태가 일단락되더라도 또 다른 리스크가 찾아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옆에 앉은 80대 노투자자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노트에 “리스크는 항상 존재한다”고 받아 적었다.

● “달러나 금 투자가 항상 정답은 아니다”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은 주식 대신 달러나 금 등 안전자산으로 옮겨가야 하는 지 고민하고 있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1200원 선에 이르렀지만 미중 무역전쟁 속에 위안화 가치가 하락하면 원화 가치도 덩달아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실제 발 빠른 투자자들이 달러에 몰리면서 이미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NH농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7월말 기준 390억6677만 달러로 전달보다 15억4704만 달러(4.1%) 불어났다. 안전자산의 대표주자 금에도 불확실성에 질린 투자자들이 손을 뻗치고 있다. 7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12월 인도분 금은 전날보다 온스당 2.4% 오른 1519.60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금값이 1500달러를 돌파한 것은 약 6년 만이다. 국내에서도 금값은 연일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해외 부동산 시장도 관심 분야다. 7일 미국 부동산시장 투자 유의점을 다룬 우리은행 세미나에는 150여명의 투자자가 몰렸다. 안명숙 우리은행 WM자문센터 부장은 “가만히 있어도 증시가 빠지고, 원화 가치가 떨어지다 보니 재산을 지키려는 자산가들이 채권은 물론이고 포트폴리오 분산차원에서 미국 부동산도 관심 있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불안하다고 해서 금이나 달러 자산이 무조건 정답은 아니라고 조언한다. 우리은행 트레이딩부 민경원 애널리스트는 “미중 무역분쟁, 글로벌 교역량 감소에 대한 우려가 이미 반영되어 있는데다, 정부가 환율 상승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 만큼 원- 달러 환율이 1245원 이상 수준으로 치솟긴 힘들다”라며 “이미 상당수 투자가들은 사들였던 달러를 판 상태로 지금 새로 달러 투자에 나서는 것은 권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한 위원 역시 “달러보다는 미국 주식이나, 미중 무역분쟁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인도 시장에 대한 투자를 권하고 싶다”고 말했다.

장윤정기자 yun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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