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 친필 원고, 11년 법적 다툼 끝에 이스라엘 소유로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8일 17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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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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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변신’의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 친필 원고가 긴 법적 다툼 끝에 이스라엘 소유가 됐다.

7일 AFP통신 등에 따르면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은 이날 카프카의 자필 원고와 직접 그린 그림 등을 공개하며 이에 대한 소유권 분쟁을 마쳤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유고는 수백 편으로 서류철 60개 분량이다. 카프카의 절친한 친구였던 작가 박스 브로트(1884~1968)의 자필 원고도 일부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 국립도서관은 대부분 이미 출판된 내용이지만 카프카의 저술 과정이나 작가로서의 개성 등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고에 대한 법적 분쟁은 2008년 시작됐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대계 소설가인 카프카는 사망할 때까지 무명에 가까웠다. 그는 1924년 결핵으로 생사를 넘나들 던 중 친구 브로트에게 “내가 쓴 원고를 모두 불 태워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하지만 브로트는 유언을 따르지 않고 보관하다가 1939년 나치의 체코슬로바키아 침공을 피해 이스라엘 건국 전 텔아비브로 향했다. 이후 카프카의 원고를 정리해 소설로 출간했다.

브로트는 1968년 사망하기 전 카프카 원고 일부를 이스라엘 공공 기록보관서에 넘기고, 방대한 양의 나머지 원고를 자신의 비서이자 연인이었다고 전해지는 에스테르 호페에게 줬다. 연구기관에 넘겨달라는 유언도 남겼다. 하지만 호페는 그 말을 따르지 않았다. 카프카의 원고를 자신의 아파트와 스위스, 이스라엘 은행 등에 보관하다가 2007년 숨질 때 두 딸에게 물려줬다. 이스라엘국립도서관은 두 딸에게 브로트의 유언에 따라 소유권을 넘겨달라며 2008년 소송을 시작했다. 카프카 유고는 텔아비브의 몹시 낡은 아파트에 버려진 냉장고 안에 보관돼 있었다고 전해졌다.

최지선 기자 aurink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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