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날개 단 오피스빌딩… 몸값 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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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상업용 부동산 ‘공유경제 후광효과’

서울 중구 남대문로9길에 위치한 오피스빌딩 ‘센터플레이스’는 올해 2월 12%대에 달하던 공실률이 지난달 자연공실률 수준인 5% 미만으로 떨어졌다. 3월 공유오피스 ‘스파크플러스’가 이 건물과 입주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남아있던 공실들도 추가 임대 계약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부동산컨설팅회사 에이커트리에이전시 측은 “현재 진행 중인 계약 건까지 완료되면 8월 이후에는 공실률이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공유오피스는 특유의 트렌디한 이미지를 갖고 있어 다른 기업들이 해당 빌딩으로의 입주 여부를 결정할 때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최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서 공유오피스를 품은 빌딩들이 인기다.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보장되고 공실률이 낮아져 건물의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1, 2년 사이 무섭게 세를 확장 중인 위워크,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등 공유오피스 업체들 덕분에 오피스시장도 활황세를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부동산컨설팅 회사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의 조사 결과 올해 1∼6월 서울 오피스 시장 거래 규모는 5조9000억 원으로 지난해 상반기(5조6000억 원)를 뛰어넘었다.

빌딩 소유주 입장에서 공유오피스가 입주하면 유리한 점으로는 유달리 긴 임대 기간이 꼽힌다. 일반 기업의 오피스 임대기간은 보통 5년 내외인 데 반해 공유오피스는 10∼15년 사이가 많다. 내부 리모델링과 가구 등 업무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시설 투자에 비용이 많이 들어가 장기간 임대하는 편이다. 김서윤 패스트파이브 이사는 “건물마다 차이는 있지만 보통 3306m² 규모의 오피스를 꾸미는 데 40억∼50억 원이 든다”고 말했다.

공유오피스 후광 효과로 매매가 되지 않던 빌딩이 매각에 성공한 사례도 나왔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서울 중구 한강대로에 위치한 서울스퀘어는 지난해 4월경부터 시장에 매물로 나왔으나 높은 공실률로 선뜻 매입하려는 곳이 없었다. 2017년부터 2018년 1분기(1∼3월)까지 공실률이 16∼19%나 됐다. 지난해 5월 서울스퀘어에 대표적 공유오피스 업체인 위워크가 입주하면서 공실률이 눈에 띄게 개선됐다. 지난해 7∼9월 공실률이 9%대로 떨어졌고 올해 4∼6월엔 3%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이 빌딩은 올해 3월 9880억 원에 매매가 성사됐다.

초대형 빌딩뿐 아니라 역세권 중소형 빌딩들도 공유오피스가 입주하면 몸값이 높아지는 추세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중소형 빌딩 중 올해 1∼6월에 매각된 3채는 모두 위워크가 임차 중인 곳이었다. 이 중 가장 최근 거래된 A빌딩은 지난해 같은 지역에서 매매된 같은 면적의 빌딩보다 평균 평당 매매가가 약 500만 원 높았다.

공유오피스가 가진 혁신적이고 젊은 이미지를 내세우고 싶어 하는 빌딩은 아예 공유오피스 업체 이름을 기존 빌딩명과 함께 사용하기도 한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에 위치한 피시에이라이프타워는 지난해 8월 위워크가 입주한 후 본래 빌딩명과 ‘위워크타워’라는 이름도 함께 사용 중이다. 이처럼 위워크타워 혹은 위워크빌딩이란 이름을 같이 쓰는 빌딩은 서울에 네 곳이나 된다.

최근엔 빌딩 소유주가 패스트파이브 등 공유오피스 업체에 인지도 향상, 유휴 공간 활용 등 건물 운용 컨설팅 용역을 의뢰하기도 한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센터플레이스#오피스빌딩#상업용 부동산#공유오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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