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에겐 ‘직업교육’ 아깝다? 예산 깎고 ‘알바’만 늘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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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년 7월 23일 14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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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붐세대 일자리채용 한마당’에서 한 구직자가 손등에 입장 순번 스티커를 붙인채 참가업체 현황을 꼼꼼히 살펴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베이비붐세대 일자리채용 한마당’에서 한 구직자가 손등에 입장 순번 스티커를 붙인채 참가업체 현황을 꼼꼼히 살펴 보고 있다. /뉴스1 © News1
올해 고령층(55~79세) 중 직업능력개발훈련을 경험한 비중이 16.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보다 0.7%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긴 안목에서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려면 능력개발교육에 예산을 써야 하지만 정부는 유독 노인들에게 인색했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단기 일자리에만 노인 예산이 집중됐다.

통계청이 23일 발표한 ‘2019년 경제활동인구 고령층 부가조사’에 따르면 고령층 중 지난 1년간 직업능력개발훈련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인원은 226만명에 불과했다. 지난해 229만2000명에서 3만명 이상 줄었다. 참여 경험이 없다는 답은 1158만3000명에 달했다.

직업능력개발훈련은 실직·퇴직자가 새로운 직업기술을 배워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종의 ‘직업 자립·재활’ 훈련이다.

정부의 노인정책이 자립·지속 가능성보다 세금의존 기조로 쏠린 것은 정부의 예산 편성에서 이미 예견된 것이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일자리 관련 예산 중 ‘실업자·재직자 직업능력개발 지원’ 용도로 명시된 ‘직업개발훈련’ 예산은 1조9610억원으로 지난해 2조645억원보다 1035억원(-5.0%) 삭감됐다.

2018년 관련 예산이 2017년 2조2460억원보다 1815억원(-8.1%) 줄어든 데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문재인 정부 들어 2년간 직업재교육 관련 예산이 총 12.7% 삭감된 셈이다.

이는 공공 단기일자리, 노인 일자리 등으로 구성된 직접일자리사업 예산이 2017년 2조7069억원에서 2019년 3조7713억원으로, 2년간 총 39.3% 증가한 것과 대비된다.

노인들의 취직 경험이 늘었으나 이는 대부분 정부의 재정투입 단기일자리의 몫이다.

이날 고령층 부가조사 발표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취업경험이 있다’고 답한 노인은 올해 64.9%로 지난해 63.9%보다 1%포인트(p)가량 늘었다. 2017년(61.9%)에 비해서는 2년사이 3%p가 늘었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분석(미발표)에서도 직접일자리 자금이 집중 투입된 ‘보건·사회복지서비스’ 업종에서 55세 이상 임금근로자 수는 지난 6월 약68만7000명으로 지난해보다 20.6% 늘고 2017년(약48만9000명)보다는 45.8% 늘었다. 이같은 급증세가 노인 취업경험 증가의 상당부분을 설명한다.

노인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 예산이 공공 단기근로에 집중되면서 직업능력개발을 통한 근본적 해결은 등한시한 셈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마치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고 물고기를 퍼주기만 하는 것 같다”며 “공공근로 직접고용에 예산을 쓰게 되면 통계적 수치를 개선하는 데는 금방 효과가 나오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 뿐 아니라 전 연령에서 직업재교육 경험이 줄었을 것”이라며 “직접일자리보다 교육훈련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직업개발훈련 예산이 이번에 대폭 줄었고 예산안 편성때도 이미 지적이 됐었다”며 “하지만 성과평가가 잘 나오기 힘들어서 기재부가 줄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직업개발훈련은 자칫 단기속성교육으로 흘러갈 수 있는데 이런 틀을 재설계하기 위한 진지한 고민 없이 예산만 줄인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행·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같은 경제기관들도 직접일자리정책보다 직업개발훈련·직업자립교육에 방점을 둬야 한다고 지적해왔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2월 ‘고용구조 변화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통해 보조금 지급이나 직접고용 창출보다 실직자 고급기술 재교육 정책을 펼칠 것을 권고했다.

빈센트 코엔 OECD 국가분석실장도 지난 5월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최한 ‘소득 3만달러 대한민국 평가와 과제’ 국제 컨퍼런스에 참석해 “한국은 OECD 모범사례인 스웨덴에서 배울 점이 많다”며 “스웨덴 뿐 아니라 노르딕(북유럽) 국가는 국민이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는 재취업 정책을 펼친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노르딕 모델은 고용률이 매우 높다. 지금 (한국의) 실업률이 심각하다면 노르딕 모델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권고했다.


(세종=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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